대법 “야간 주거침입 이후 절도 고의 생겼다면 ‘야간주거침입절도’ 성립 안 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침입 당시 절도 의사 없었다" 재판서 주장
1·2심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 유죄
대법 "침입 당시 절도 의사 있어야"


범죄자를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처벌하려면 야간에 다른 사람의 주거에 ‘침입할 때’ 물건을 훔칠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야간주거침입절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각 혐의당 징역 3개월씩 합계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21년 5월 16일 서울 서초구 한 주점에 몰래 들어가 현금 190만 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3월 도봉구 한 호텔에서 소란을 피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도 별도 기소됐다.

1심은 야간주거침입절도와 업무방해 혐의에 각각 징역 4개월과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각 혐의당 징역 3개월로 감형했다. 상고심에서는 야간주거침입 이후 절도의 고의가 생긴 경우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A 씨가 "주점 내부로 침입할 당시에는 절도 의사가 없었고, 금고를 본 이후 비로소 절도 의사가 생겼다"며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형법 330조는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에 침입해 타인의 재물을 훔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며 야간주거침입절도를 가중처벌한다. 앞서 2심은 "야간에 주거침입죄와 절도죄를 모두 저지르면 절도 의사가 주거침입 당시부터 있었는지, 주거침입 이후 생겼는지를 불문하고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한다"며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시간상으로 주거침입행위가 선행되는 것이므로 주거침입이 이뤄질 때 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주거침입 이후 비로소 절도의 고의가 생겼다면 경합범은 될 수 있을지언정 야간주거침입절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A 씨에 대해서는 "주거침입 당시부터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며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애초 남의 주거에 침입할 때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는데, 들어가고 난 뒤 물건을 훔칠 고의가 생긴 것이라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안 되지만 주거침입과 절도죄의 경합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