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구원 “시 공공후견서비스 확대 조례 제정했지만 실제 지원 미비…미성년·정신질환자도 포함 절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담기구를 통한 공공후견서비스 전달체계(안). 부산연구원 제공

"발달장애인·치매노인에서 미성년아동·정신질환자로 확대"
공공후견 통합지원·감독기구 설립 제안도
복지부 조사 보호대상아동 12%, 후견인 부재로 기본 권리 제한
"고령화·1인 가구 증가로 공공후견 수요 지속 증가할 것"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시가 지역 기관 및 산업·학계와 공동 설립한 연구기관인 부산연구원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공공후견서비스의 전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후견제도’는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를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이 중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경우 이를 ‘공공후견’이라 한다. 연구원의 이번 방안에는 기존 발달장애인과 치매노인으로 한정된 서비스를 미성년아동과 정신질환자 등으로 확대하고, 통합지원기구와 후견감독기구 설립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연구원은 10일 ‘부산시 공공후견서비스 이용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저출생·고령사회에 대비해 공공후견서비스 이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이용자에 더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질환자와 유기·학대·부모 사망·장기간 소재 불명 등으로 친권 행사가 곤란한 상태에 놓인 미성년 아동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발달장애인과 치매노인에 대해서도 사회적 인식 개선, 절차 간소화, 후견인 양성 등을 통해 이용을 촉진하자는 제안이 포함됐다.

부산시는 지난 2013년부터 발달장애인, 2018년부터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공공후견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후견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과 복잡한 절차, 후견인 부족 등의 이유로 서비스 이용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반면, 정신질환자와 미성년 아동의 서비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3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체 보호대상 아동의 12%가 후견인 미지정으로 인해 입양, 병원 치료, 금융 계좌 개설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2021년 공공후견 이용 지원 조례를 제정해 미성년 아동, 학대 피해 노인, 정신질환자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지만,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원은 공공후견서비스 이용자를 통합 지원할 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기존 이용자의 경우 현재의 지원 관리 체계를 유지하되(발달장애인과 치매노인의 공공후견서비스 근거 법률, 예산, 전달 체계 등이 별개로 운영), 신규 이용자에 대해서는 통합지원기구를 설립해 각각의 대상자를 별도로 관리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후견감독기구 설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후견인의 권리 보호 및 복지 증진을 위해 후견인을 지원·양성하고, 후견인 및 후견법인의 활동을 모니터링할 전문적인 감독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공공후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통합지원기구와 후견감독기구 설립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체계적인 공공후견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