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강하다” “미국산 안 사”… 트럼프에 분노한 밴쿠버 시민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8일 주밴쿠버 미국 총영사관이 자리한 캐나다 밴쿠버시 웨스트펜더가(街) 노상에서 시민들이 ‘Canada Strong(캐나다는 강하다 )’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加 밴쿠버·美 시애틀 르포

“모욕한 대가를 반드시 치를것”
美시민도 “양국관계만 나빠져”

밴쿠버·시애틀=글·사진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우리는 캐나다인입니다. 우리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입니다.”

8일(현지시간) 주밴쿠버 미국 총영사관이 자리한 캐나다 밴쿠버시 웨스트펜더가(街). 3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성토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길을 지나는 차들을 향해 ‘Canada Strong(캐나다는 강하다)’ ‘트럼프의 파시즘을 멈추자’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이나 국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지나가는 차들도 경적을 울리는 등 응원을 보냈다. 이들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조롱한 데 이어 관세 인상을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극도로 분개하고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30대 여성은 “우리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파시즘에 맞서고 있고, 주권국의 국민으로서 우리 땅과 인권을 지켜내고자 한다”며 “관세를 무기로 한 전쟁을 확산하려는 미국의 위협에서 한국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굳세게 버티길 바란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보안 문제를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양국으로부터 보완조치를 약속받고 시행을 일단 30일 연기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을 바라보는 캐나다의 관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180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밴쿠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타샤 퍼네이언(여·40) 씨는 미국의 관세 인상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묻자 “미국 제품을 안 사면 그만이고, 우리나라에도 싸고 좋은 제품은 널렸다”며 “트럼프는 우리를 모욕하고 도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인그리드(여·48) 씨도 “미국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넷플릭스도 해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인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도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밴쿠버의 직장가 한복판에 자리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유학생은 “아침마다 이곳에 식사하러 오는데 얼마 전부터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니저인 아르시 레젠테(30) 씨는 “최근 손님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캐나다 법인 소속인데 미국 상표여서 오해를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도를 넘었다는 여론은 미국에서도 적지 않았다. 캐나다와 맞닿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만난 시민 월터 로빈슨(39)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솔하고 즉흥적인 발언으로 미국의 외교 관계를 더욱 불안하게 이끌어가고 있다”며 “캐나다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시애틀의 한 호텔 관계자는 “캐나다 쪽 단체 관광객의 숙박예약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