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 결국 2R… 중국내 지미파 실종에 합의 불발

美 ‘中의 피해가 더 크다’ 팔짱
中, 류허 은퇴·이강 퇴진 등에
대응책 수립까지 시간 걸릴듯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10% 관세 인상에 맞서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관세 시행이 미뤄진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미·중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미국이 관세 전쟁 시 중국의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3기 체제에서 충성파 인사 등용으로 지미파(知美派)가 사라진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10일(현지시간) 0시 1분부터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 15% 관세를,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에 10% 관세를 더 물리는 보복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이 펜타닐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를 시행한 데 대한 맞대응 조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에도 각 25%의 관세를 4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으나 각국 정상들과의 통화 이후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과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으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 따른 피해가 중국에 더 크다고 판단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지난해 무역수지 현황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2954억 달러(약 429조 원)의 적자를 봤다. 현재 대미 수출을 통해 중국이 큰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관세 전쟁에서 중국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에서 지미파가 사라진 점도 미국과 관세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미 하버드대 출신으로, 미국과의 1차 무역전쟁 때 교섭을 책임졌던 류허(劉鶴) 전 부총리가 2023년 3월 공식 은퇴했고 또 다른 지미파 인사로 꼽히는 이강(易綱) 전 런민(人民)은행장도 물러나는 등 지미파가 줄줄이 사퇴한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는 방안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