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겨누는 트럼프발 ‘힘의 무역’… 보복의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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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브라질 등 5대 수출국 비상
상호관세땐 전세계 무역 전쟁

崔 권한대행, 대외경제간담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와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규칙보다 힘에 의한 통상 질서 대두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대응과 보복이 악순환하는 무한 대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10일 발표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철강 수입 상위 5개 국가는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한국, 베트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에 25% 관세를,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는 면세 조치했고 한국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쿼터제(물량제한)를 도입해 비관세 혜택을 받는 철강 수출량(263만t)을 제한했다. 이번에 철강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그동안 적용받던 비관세 물량에까지 관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길이 막힐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30일간 25%의 관세 부과를 유예받은 캐나다와 멕시코도 추가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가들의 대응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11∼12일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전 세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느 나라도 이번 조치를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보복전도 곧 재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20년 1차 미·중 무역합의 관련 불만 사항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즉시 미국이 중국에 보복 관세 부과(10∼15%)에 대한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USTR은 관련 보고서를 4월 1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상호관세 대상으로 거론되는 유럽연합(EU)은 즉각 보복 대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EU에서 맏형 역할을 하는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조기 총선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이 EU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1시간 내에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측은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나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품목별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하고 있었으나 시점이나 품목을 미리 알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황혜진·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