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대차대조표 균형 찾는 트럼프… ‘적자국가 美’는 더이상 없다[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미국.’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국에 대한 관세 부과에 관해 여러 종류의 발표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발표한 관세 부과 조치를 연기하기도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 발표한 관세 부과가 크게 3종류라고 분석하고 있다.

첫째,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나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는 모든 교역 대상국에 적용된다. 예외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둘째, 철강과 알루미늄처럼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경우도 있다.

셋째, 중국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물린 것처럼 특정 국가를 타깃(목표)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연기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 경제 참모들은 자국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줘서 미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이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 또는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을 폐지하라”고 다른 나라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혼란스럽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과거와 같은 ‘세계 시장으로서의 미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관련해 어떤 것이든 이익을 본 나라에 대해서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해 대차대조표의 균형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특별했던 이유는 대규모 무역 적자를 보면서도 대부분 국가에 자국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특별한 미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일본처럼 선제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겠다는 국가만이 ‘관세 전쟁’을 간신히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미국’을 포기한 대가는 단시일 내에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국제 사회에 결국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