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불법점거 판결 ‘법적 불일치’ 논란

형사 유죄·민사 무죄 엇갈려

노조의 공장 불법 점거 행위에 대한 형사재판에선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민사재판에선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의 판단을 둘러싸고 ‘법적 불일치 및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및 노조원 김모 씨 등은 과거 수차례 현대차 공장을 불법 점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2014년 10월 울산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 등 노조원들은 이듬해인 2015년 7월 부산고법에서 야간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는 등 유죄(벌금형)가 확정됐다. 노조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았다.

반면 민사 재판 결과는 이와 달랐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최근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노조원 김 씨 등을 상대로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노조원들이 2012년 8월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을 강제로 멈춰 세워 “매출 감소와 고정비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사측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현대차 측의 손실을 인정해 노조 및 김 씨 측이 총 3억180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3년 6월 손해배상액을 재산정하라며 원심판결 일부를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법원이 동일한 성격의 사안에 대해 형사 및 민사상 판단이 서로 상충하는 법적 불일치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은 민사 재판 과정에서 객관적 자료 등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