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만 상대’ 트럼프에 급해진 유럽 “자체안보 강화”

■ 주요국, 파리서 비공식 긴급회의

트럼프, 러와 ‘종전 협상’ 속도전
미·유럽 ‘대서양 동맹’ 큰 균열
나토·EU수장 등 한자리 모여
‘파병 포함’ 우크라 안보 논의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염두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도전’에 미국과 유럽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투톱’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서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는 반면 유럽은 협상에서 배제되는 기류에 17일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트럼프의 복귀가 대서양 동맹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 이번 달에 만나느냐는 질문에 “곧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시점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 성과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푸틴 대통령과 대화에서 그 질문을 했다면서 “만약 그가 전쟁을 계속할 생각이었다면 그건 우리에게 매우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에서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 투톱이 모두 관여한다.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와) 회동을 가질 것”이라면서 “정말로 좋은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국 정치에서 더 나은 협상가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하는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인지 금방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담판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치자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유럽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초청받았다. 이 회의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럽의 대응 방안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파병안을 포함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내비치며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평화유지군 창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게재한 기고문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안보는 유럽과 영국의 안보와도 연결된다”며 “유럽은 자체적인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