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독재자” vs “트럼프 허위공간 사나” … 미국·우크라 ‘충돌’

■ 종전협상 시작부터 ‘말폭탄’

트럼프 “그저 그런 코미디언
美 없으면 전쟁 해결할수 없어”

젤렌스키 “트럼프, 러고립 풀어
우크라에 긍정 영향 주지 않아”
국제정세 안갯속… 푸틴은 미소

미국과 러시아 간의 종전협상 개시와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격한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다시 짙은 안개가 깔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종전안에 반대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독재자(Dictator)’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패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난타전이 격해지면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마저 삐걱거릴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그는 선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바이든(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갖고 노는 것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젤렌스키는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4% 지지율의 대통령’ 등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이날은 ‘독재자’라며 더욱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고 깎아내리며 “미국을 설득해 3500억 달러를 지출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아마 ‘수월한 돈벌이(gravy train)’를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시작할 필요가 없었지만 미국과 트럼프가 없었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종전을 위해 성공적으로 협상하고 있다. 오직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모든 이가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는 우리가 보낸 돈의 절반이 없어졌다고 인정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패 문제를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국 TV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3년간 이어진 러시아의 고립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라며 “이런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러 간 종전협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는 러시아에 대한 양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 간 갈등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뒤에서 미소를 짓는 형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미·러) 회담이 따듯한 분위기에 진행됐다”며 “러시아와 미국 간 신뢰 수준을 높이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