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겨울의 흔적 지우는 세차장[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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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 = 윤성호 기자 cybercoc@munhwa.com

새벽에 출근하는 나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곤 한다. 겨울 내내 어둠 속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하루는 적막하고 쓸쓸하다. 그러나 봄이 다가오면 출퇴근길이 점점 밝아진다. 거리에 스며든 햇살이 겨울의 끝을 알리고, 다시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 찾아왔음을 실감한다.

삶도 계절을 닮았다. 어린 시절은 새싹이 움트는 봄과 같고, 청년기는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과 같다.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은 장년기, 그리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묵묵히 시간을 견디는 겨울은 노년기를 닮았다. 계절이 돌고 돌듯, 삶도 그렇게 흐른다. 그리고 오늘, 퇴근길의 밝아진 거리에서 나는 다시 봄을 만난다.

■ 촬영노트

영상의 기온을 회복한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의 한 세차장이 분주하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거리처럼 움츠렸던 시민들이 세차를 하며 겨울의 흔적을 씻어낸다. 도로 위의 염화칼슘 자국, 유리에 남아 있던 겨울비의 흔적까지 꼼꼼히 닦아내며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한동안 한파로 한산했던 세차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주인장의 손길도 분주하고, 오랜만에 몰려든 손님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돈다. 겨울을 털어내고 봄을 맞이하는 이곳의 풍경이, 마치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