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 하는 야구 사교육[뉴스와 시각]

정세영 체육부 차장

지난 19일 문화일보가 보도한 ‘고교선수 80% ‘개인 레슨’…月 100만∼200만 원 들어’ 기사의 반향이 꽤 컸다. 해당 기사가 나간 이후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와 현직 고교 야구 감독, 사설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1군 선수 출신 강사 등 다양한 직군으로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이들은 “야구에도 최근 사교육비가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스포츠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한 사설 아카데미의 등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학생 선수에 대한 학습권 보장에 대한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학교 내 단체 훈련 시간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 육성을 위해 2011년 주말 리그를 도입했고, 2019년엔 학생 선수들의 학교 수업 참석 등 출석 조치를 강화했다. 이후 교내 훈련 환경은 확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선수들이 오전에만 수업하고 오후에는 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모든 수업에 출석해야 하고, 훈련은 수업이 끝난 뒤 시작할 수 있다. 사설 아카데미는 이런 ‘공교육’의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학생들은 “운동 시간이 부족해 과외를 받는다. 요즘은 레슨을 안 받는 학생이 없다”고 했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와 농구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교육 비중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는 등골이 휜다. 보통 사설 아카데미의 레슨비는 매월 150만∼200만 원 선. 그런데 강사가 ‘선수를 잘 키운다’라고 소문이 났거나 1군 유명 선수 출신일 경우 레슨비는 300만 원까지 올라간다. 학부모들은 야구부 감독과 코치 월급 등을 위해 매월 100만 원 전후의 기성회비를 낸다. 여기에 식비나 교통비를 포함하면 한 달에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만약 프로가 아닌 대학 진학을 위해 영어와 수학 등 핵심 과목의 과외까지 받게 되면 비용은 더욱 치솟는다. 매년 초 500만 원이 넘는 전지훈련 비용도 큰 부담이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본업 외에 다른 일까지 ‘투잡’을 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학부모는 “요즘은 초등학교 때도 사설 아카데미를 찾는 추세다. 프로에 보내려면 집 한 채를 팔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사교육비가 증가했다는 것은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뜻도 된다. 서울의 한 고교 야구 감독은 “선수가 재능만 있으면 프로나 대학에 가는 시대는 완전히 지났다”고 했다. 교육정책이 학생 운동선수들에 대한 제약에만 집중하면서 기회의 불평등마저 초래한 모양새다. 물론 학생에게 학습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앉아서 하는 공부만이 학습일 수는 없다. 학생 운동선수들에게는 운동이 곧 학습이다. 학생 선수와 학부모는 학교 밖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평일 훈련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생 선수들은 이제 쉴 시간마저 잃어버렸다. ‘스포츠 사교육’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공부에서 나타나던 빈부의 대물림이 이제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당국은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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