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7차례 나와 적극발언… “홍장원, 탄핵 공작” 주장

체포조 부인하며 “동향 파악”
포고령 관련 “김용현이 작성”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오는 25일로 마지막 기일인 11차 변론만을 남겨둔 가운데,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본인의 파면 여부를 심리하는 심판정에서 직접 목소리를 낸 대통령이라는 신기록도 남기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3차 변론부터 20일 열린 10차 변론 중 9차 기일을 제외하곤 모두 7차례 재판정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항변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재점화했다. 그러면서도 계엄선포 절차 준수 여부와 계엄 포고령 작성 경위, 국회 봉쇄 및 해산 시도 여부, 정치인 체포조 운영 논란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모두 부인하거나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10차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인사 체포 시도 의혹에 대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동향 파악을 요청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불필요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인신문 직후 “여 전 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위치 확인, 체포를 부탁했다는 기사를 보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물어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국정원 1차장의 메모와 관련된 문제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저와 통화한 걸 갖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는 것과 연결해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뭘 잘 모르는 사람 부탁을 받아서 ‘미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하면서 또 한 번 메모를 만들어서 갖고 있다가 12월 6일 해임되니까 이걸 대통령 체포 지시로 엮어낸 것이 메모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다변가’로 유명했던 만큼 대심판정에서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차 변론에선 정치 활동을 제한한 포고령 1호에 대해 “상징적인 측면에서 이게 아무리 법규에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지만 그냥 놔둡시다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기억이 나느냐”고 김용현 전 장관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5차 변론에선 계엄이 신속히 해제돼 아무 일도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6차 변론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국회 안에 있는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인원’으로 번복하자,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