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물량공세에… 국내 석유화학도 ‘수천억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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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發 ‘공급과잉’ 산업계 강타

롯데케미칼 작년 8948억 손실
전기차·로봇·드론산업도 심각

“무역구제 조치 절실” 목소리에
“中보복땐 피해 더 클것” 우려도

정부가 저가 물량 공세를 펴온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중국발 공급과잉과 덤핑 공세로 고사 위기에 놓인 석유화학 등 여타 업종으로 칼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의 덤핑 공세로 직격탄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속만 새카맣게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이 적잖은 데다,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도 큰 상황이어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및 공급과잉 사태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지난해 줄줄이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9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7626억 원, 2023년 3477억 원 영업손실에 이은 3년 연속 적자다. LG화학도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에서 136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지난해 1213억 원의 손실을 보는 등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지 업체들이 석유화학 제품을 해외 시장에 덤핑 밀어내기로 수출하고 있어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는 전기차와 2차전지 분야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은 954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했지만, 판매량은 841만 대에 그쳐 113만 대의 초과 공급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20년 22만 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연평균 75%의 급속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3년에는 120만 대로 급증했다.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에 저가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배터리 생산 능력도 이미 글로벌 수요를 초과한 상태다. 2023년 중국의 배터리 생산량은 1.07TWh로 전 세계 수요인 0.95TWh를 웃돌았다. 이는 중형 전기차 156만 대에 해당하는 분량의 배터리가 과잉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봇 산업도 중국산 공습에 휘청이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및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서빙용 로봇 중 70% 이상이 중국 푸두로보틱스·키논로보틱스 제품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기업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국산 제품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이대로라면 향후 본격적으로 개화할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중국산 공세에 국내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발 공급과잉 사태가 산업계 곳곳을 강타하면서 우리나라도 무역구제 조치 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 의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철강 분야처럼 업체별로 의견이 모이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사례가 많고 현지로 수출하는 물량도 워낙 많다 보니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병철·이근홍·김성훈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