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편드는 트럼프와 한국 ‘핵 안보’[포럼]

이순천 前 외교안보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동을 시작함으로써 미국과 러시아 간 러-우 전쟁 종전(終戰) 협상이 시작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2014년 이전 영토 회복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불가능하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협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앞으로 협상이 진전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참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이 배제된 종전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나토 가입이 무산되면 우크라이나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나토 가입이 어렵다면 즉각적인 유럽연합(EU) 가입과 대규모 군사 지원, 미국·영국·프랑스가 이스라엘에 제공해온 수준의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유럽 국가들도 지난 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의로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유럽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의 비무장지대에 배치하는 방안은 합의하지 못했다.

미국은 또한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상당의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트럼프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전쟁을 일으킨 침략국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고, 동맹국인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협상 추진은 결국 푸틴에게 승리를 헌납하고, 우크라이나를 굴종적인 상태에 빠뜨릴 것이다. 또, 뒤늦게 러-우 전쟁에 참전한 김정은과 북한이 승전에 취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오게 할 우려도 있다. 트럼프에게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 확보, 군사적 개입 축소, 러시아와 북한 등 이른바 불량국가 지도자들과의 잘 지내기가 중요하므로 제2기 행정부와 함께 미국이 그동안 추구해 온 ‘규범 기반 국제질서’는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려 노력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이 주도하고, EU를 중심으로 GDP 대비 국방예산 증액, 유럽군 창설 등 자체적인 안보 태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도 트럼프가 곧 시작할 미·북 접촉과 김정은과의 빅딜에 대비해 우리 안보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 다행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면서 북·러 군사 협력 차단 등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나 실천이 중요하다.

또한, 우리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교섭 및 필요 시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핵무장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으며, 남북한의 핵 격차가 줄어든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對)한국 방위 부담을 줄이고 중국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활용할 수 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적극적으로 자주 안보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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