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 면죄부 판결은 헌법 부정[포럼]

구충서 법무법인 제이앤씨 대표변호사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가 대한민국에 귀순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탈북 어민 2명을 포승줄로 묶고 안대까지 씌워 강제 북송한 사건 관련자 4명에 대해 지난 19일 모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의 공소 사실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당시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에게 각 징역 10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각 징역 6월의 선고유예를 한 것이다. 이는 너무 관대한 ‘선처’이다.

재판부는 “북한 주민들이 송환으로 인해 입은 기본권 침해와 북한으로 돌아간 뒤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가 심각하다”면서도 “북송 결정의 배경에 탈북 어민들이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이 있었다는 점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북송 결정은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도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판시한 것과 모순된다.

또한, 재판부는 “2019년 당시 탈북 어민에게 적용할 법률이나 지침이 전혀 없었다”고 했으나, 당시 무슨 특별한 법률이나 지침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힌 어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만약 그가 (북한 내) 범죄자라면 우리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범행 여부를 조사, 심리해 형사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강제추방의 대상이 아니다. 입국거부나 강제추방은 외국인에 대해 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남북 분단이 오래 지속되면서 법적 논리로는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모순과 공백이 도처에 산재해 있어 피고인들이 이를 피해 가며 적법 행정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엄연한 ‘국가’인데 탈북민을 대한민국 법에 따라 처리하게 되면 ‘법적 논리로는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모순과 공백’이 있게 된다는 뜻으로, 대한민국의 헌법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反)헌법적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탈북 어민들은 피고인들의 강제 북송 이후 처형됐다고 한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을 사지(死地)로 내던진, 지극히 중대하고 비인도적이고 반헌법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한 것은, 재판부의 헌법 질서 수호에 대한 의지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에 대한 의지가 희박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재판부는 “검찰이 국정원이 주는 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 증거로 사용하는 등 검사의 객관의무가 준수된 수사와 기소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증거에 따라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했으면서도 검사의 수사와 기소를 의문시하면서 관대한 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는 대단히 모순된 판결이자 정치적인 판결이다.

그리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보다는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양형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향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비슷한 강제 북송 조치를 하고 자의적인 탈북민 신병 처리를 해도 제도를 개선하기 전에는 처벌받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의에 반한다. 반헌법적이고 반인도적이며 법리에도 맞지 않는 정치 판결은 항소심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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