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직원 뽑아 바로 포상… 칭찬의 힘으로 크는 ‘부자되는 회사’[Leadership]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화려하게 복귀한 키움증권의 엄주성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동현 기자

■ Leadership -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고객과 직원 하늘처럼 섬기며 칭찬받는 조직 만들겠다”
분기별 우수 격려하고 괄목할 성과땐 호텔숙박권 쾌척
‘순응보단 변혁’… 발칙한 신입사원들도 아낌없이 지원
영업익 1조 클럽 복귀… 자본효율도 15.22%로 업계 ‘톱’

“키움증권의 1페이지가 ‘주식 거래의 강자’였다면, 2페이지는 ‘부의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투자자의 부(富)가 늘어나는 데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취임 2년 차를 맞아 담대한 비전을 밝혔다. 취임 1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이라는 화려한 성적표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엄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영업이익 1조 원이 갖는 의미가 크긴 하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며 “대표직에 내정된 뒤 ‘키움증권의 2페이지를 쓰겠다’고 공언했는데 이제 첫 줄 정도를 쓴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982억 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당기순이익은 83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4% 늘었다. 순이익 규모는 4위지만, 자본효율은 15.22%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키움증권 직원들은 엄 대표에 대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CEO라고 얘기한다. 권위를 따지지 않고, 직원들을 친동생처럼 격의 없이 대해준다고 한다. “나는 오늘 얼마나 발전했고 동료의 발전을 얼마나 도와주었으며, 회사의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했나, 이 3가지를 매일 돌이켜 보라며 직원들을 독려한다”고 엄 대표는 말했다. 고객과 직원을 하늘의 별처럼 섬기며 반짝이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엄 대표의 리더십이 직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직원이 성장하도록 돕는 ‘섬김의 리더십’ = 엄 대표는 1년 전 취임사에서 “주주와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과 사회로부터도 칭찬받는 키움증권이 되겠다”고 밝혔다. 특히, 리더로서 직원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일을 통해 성장시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반짝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엄 대표는 “조직 운영에서는 직원들이 ‘이 일은 내 것’이라는 마음인 ‘잡 오너십’(job ownership)을 갖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일의 권한을 많이 위임하고 칭찬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문장들에게 분기마다 칭찬할 직원 명단을 받고, 괄목할 만한 업무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곧바로 포상도 한다. 최근에는 3500억 원 상당의 데이터센터 거래를 소싱한 직원, 우편발송 서류를 이메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를 내 5억 원의 비용 절감을 이뤄낸 직원 등에게 호텔 숙박권을 지급했다고 한다. 엄 대표는 “1년 치 성과급을 주는 것과 매일 칭찬받는 것 중에 후자가 더 효과적이라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가 있다”며 “내가 한 일을 누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이 원하는 인재상도 ‘잡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직원이다. 엄 대표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혁명은 외부에서 일어나지 내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며 “신입사원도 조직에 순화되고 적응하기보다는 변혁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이 회사를 깨부수고 싶다.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진 직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의 통로’ 제공하는 증권사로 발돋움 = 키움증권은 엄 대표 취임 이후 브로커리지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엄 대표는 “부의 통로가 된다는 것은 주식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금융상품 거래와 자산관리 측면에서 편리한 플랫폼이 되는 쪽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객이 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증권사가 돼 주식 고객 수 2000만 명, 예탁자산 1000조 원을 가진 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사업은 그중 하나다. 지난해 퇴직연금사업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연금 전문가로 구성된 연금사업팀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추진한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강자라는 차별화 지점을 살려 좋은 연금상품과 연금에 특화된 서비스를 구축해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해 영업을 시작한 증권사로, 20년 연속 국내 주식 위탁매매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하는 다양한 고객의 거래 및 이용형태와 관련해 축적된 데이터는 키움증권의 최대 강점이다.

엄 대표는 “키움증권은 다른 증권사처럼 프라이빗뱅커(PB)를 두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투자자의 해법을 보여주는 방식의 모델을 제시해왔다”며 “앞으로도 그런 모델을 제시하려 하고, 키움증권은 그 점에서 경쟁 우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와 이직이 잦아지면서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점점 많이 활용하고 있고, 투자자는 경쟁력 있는 앱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는 스마트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테일 혁신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상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화형 서비스를 MTS에 도입할 예정이다. AI 금융상품 챗봇 ‘키우 Me’는 주식정보는 물론이고 금융상품의 특징과 수익률을 소개해주는 등의 챗봇 서비스다. ‘인도에 투자하고 싶은데 펀드 뭐 있을까’ ‘매달 이자 받는 채권 알려줘’ ‘절세상품 뭐가 있어?’ 등 질문을 채팅창에 입력하면 답해준다. 키움증권 내부에서 분석 가능한 고객의 특징을 활용해 자산관리와 관련된 고객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베타테스트에 참여할 이용자를 선발 중이며, 이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법인 설립으로 해외주식 역량 강화 = 지난해 취임한 엄 대표 앞에는 증권가 ‘리테일 시장의 변화’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해외주식 수요 급증으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100억 달러(약 160조 원)로, 1년 전과 비교해 2배가량으로 늘어날 만큼 급성장했다. 엄 대표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리테일을 대폭 혁신했다. 배당금 재투자 설계를 위한 ‘배당시뮬레이션 서비스’와 키워드를 통해 투자 종목을 찾을 수 있는 ‘종목 스크리닝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개시했다. 해외주식 적립식 투자 서비스 오픈도 앞두고 있다. 흔한 적립식 투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독보적인 혜택과 파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해외주식 위탁매매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법인 설립에도 나선다. 현지 브로커를 통해 주문을 넣는 구조상 브로커 측의 문제로 결제가 지연되면 연쇄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연내 영업 개시를 목표로 자체법인 설립과 인수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자체법인을 세우는 경우에도 중소형 중개사를 인수하고 현지 전문인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영업 개시 3년 차를 흑자 전환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또,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준비도 추진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 약 4조9717억 원으로 초대형 IB 지정 요건인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을 이미 충족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발행 어음을 조달할 수 있다. 키움증권은 발행 어음을 통해 조달한 재원을 활용, 기업금융 활성화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968년 서울 출생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투자경영학 석사 △대우증권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장·전략기획본부장 △키움증권 대표

김지현·신병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