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 이관용 박사, 1924년 러시아 특파원 파견[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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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100년 전 러시아 특파원으로 간 사람이 있다. 언론인이자 교수이며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이관용(李灌鎔) 씨다. 1924년 2월 24일 ‘적로(赤露·공산주의 러시아) 특파. 철학박사 이관용, 23일 오후 7시 경성역을 출발’이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가 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아직도 세계의 비밀 나라가 되어 있는 적색 노국(露國·러시아)에 본사 특파원을 보내게 된 것은 구주대전(歐洲大戰·제1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혁명으로 인하여 전에 없던 희비극이 연출됨에 따라 그 지방 각처에 흩어져 있는 우리 100만 동포의 소식도 실로 묘연하였다. 그러나 모든 기관과 시설이 없는 우리는 다만 북쪽 하늘을 바라보고 그들의 행복을 빌 따름이었다. 다행히 노서아(露西亞·러시아)의 내정이 점차로 정돈됨에 따라서 특히 일로조약(日露條約) 후 교통도 편리하게 된 이때에, 동포의 사랑에 굶주리던 우리는 제1착으로 그 지방 형제들의 간운보월(看雲步月·구름을 바라보거나 달빛 아래를 거닐다. 즉 객지에서 가족을 생각함)의 회포를 위로한다. 아울러 혁명을 지낸 후 온 세계의 의문이 되고 전 인류의 경이(驚異)가 되어 오랫동안 세계열강의 위하(威하·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의 봉쇄 중에서 경천동지(驚天動地·세상을 몹시 놀라게 하는 것)의 대사업을 완성하며 새 제도를 세우고 새 문화를 건설하여, 욱일승천(旭日昇天·아침 해가 하늘로 떠오르는 것 같은 왕성한 기세)의 기세로 국제적 기반을 얻게 된 노서아의 새 제도, 새 문화가 어떠한 것인가를 만천하 독자 여러분과 같이 알고자 하는 뜻으로 다년간 구주(歐洲·유럽)에 유학하여 구주 사정에 정통하고 특히 노국에 대한 연구가 많은 본사 기자 철학 박사 이관용 군을 특파하게 된 것이다.

이관용은 누구인가. 1923년 2월 19일 기사를 보자.

서서(瑞西·스위스)에서 철학 박사의 학위를 받은 이관용 씨는, 10여 년 동안의 공(功)을 마치고 그립던 고향에 다시 돌아오게 되어 2월 17일 오후 7시 50분에 경성역에 도착하였다. (중략) 이 씨는 1913년에 집안사람도 모르게 표연히 집을 떠난 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하여 사학과에서 근세 정치사를 전공하다가 1916년에 서서로 가서 ‘쭈리히(취리히)’ 대학에서 1920년에 철학 박사의 학위를 받고, 1921년에 독일로 가서 백림(伯林·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하다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었더라.

유럽에서 조선인 최초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관용은 연희전문 교수와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다. 1929년 12월 신간회 민중대회를 준비하다 체포돼 2년 남짓 옥고를 치렀다. 1932년 1월 출옥했으나 이듬해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다.

1933년 8월 14일 신문에는 그의 횡사(橫死·뜻밖의 재앙으로 죽음) 소식이 전해진다. “이관용 씨는 8월 13일 정오경 함경북도 청진항 해수욕장에서 목욕을 하다가 빠져 죽었다 한다. 유족으로는 1남 1녀가 있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