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화재, 부적절한 준공이 일으킨 참사?…경찰 “막바지 공사라기엔 인력 대규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 현장에서 유족들이 화재가 일어났던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려고 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부산=이승륜 기자



지난 14일 벌어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 참변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당일 대규모 인력이 작업 중이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부적절한 준공 허가 이후 개장일에 맞추려다 무리한 작업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사망자들이 지하 2~3층에서 1층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공사 현장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여러 층을 오가던 작업자들이 사고 당시 낯선 공간에서 탈출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참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부산경찰청 반얀트리 화재 수사 전담팀에 따르면, 사고 당일 35개 업체 소속 근로자 780명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어디에서 어떤 작업을 하다가 어떻게 탈출했는지 조사했으며, 화재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이다. 이번 주 화재 감식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원인 분석도 포함된다. 경찰은 감식 결과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화재 당시 건물 A, B, C동과 수영장에는 모든 작업자가 있었다. A, C동 작업자들은 B동에서 연기가 발생하자 천천히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반면, B동에 있던 사망자 6명은 지상 1층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지하 2, 3층에서 각각 4명, 2명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린 뒤 엘리베이터에서 4~5m 떨어진 곳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를 지하 2층에서 4명이 먼저 탔고, 1~2분 뒤 지하 3층에서 2명이 추가로 탑승했다"며 "당시 엘리베이터는 정상 작동했으나, 1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문이 열리면서 이들이 탈출을 시도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층 엘리베이터 앞 CCTV는 전선이 타버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망자들은 1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아니었다. 지하 3층에 작업 도구와 자재가 많아, 작업자들은 평소 다른 층에서 지하 3층을 오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이동 경로는 지난 22일 유족의 현장 참관 때도 전달됐다.

경찰은 공사 참여한 35개 업체를 상대로 전체 공사 진행 상황과 인허가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관련자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특히, 사고 당시 건물이 준공 승인 후 소방전문 업체의 점검 4일 차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프링클러, 감지기, 경보기 등 소방 기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사고 당시 발화 동인 아닌 A동 현장에서 탈출한 작업자는 "대규모 인력이 작업하는 가운데 무리한 작업이 진행되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며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이 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 당시 작업 현장에는 외장 인테리어가 아니라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자재가 정리되지 않아 작업자들이 자기 층이 아닌 곳에서 허둥대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망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직후 일산화탄소에 질식돼 수초 만에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공사 명단과 관련 자료를 확보해 공사 진행 수준과 준공 승인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정률과 인허가 과정 등을 검토한 후 다음 주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