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한 뼘이라도 더 확보하려… 러-우크라 ‘막판 혈투’ 격화 [러시아 - 우크라 전쟁 3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러시아 - 우크라 전쟁 3년

現전선 기준 종전 추진에 극렬
양측軍 전사자 14만명 넘어서
러, 우크라 영토 5분의 1 장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 전선을 기준으로 한 종전에 무게가 실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막판 영토 확보를 위한 ‘치킨 게임’은 더욱 격렬해지며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양측 전사자 규모는 14만 명을 넘어섰고, 러시아군이 민간 주택과 에너지 인프라를 주요 표적으로 삼으면서 4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민간인도 목숨을 잃었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2022년 2월 24일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4만6000명 이상이며 부상자는 38만 명에 달한다. 러시아군은 사상자가 86만 명, 이 중 사망자는 9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양측 군 통틀어 최소 14만1000명이 숨진 것이다. 다만 러시아군의 경우, 미공개 사례를 포함하면 전사자가 14만∼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양측이 한 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혈투를 벌이면서 사상자가 급증했다. 러시아군은 미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전쟁 발발 이후 월 기준 최다 사상자(4만5680명)를 기록했다. 러시아군은 인명피해 대가로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빠르게 넓혀나갔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장악하고 있으며, 점령 면적은 13만1000㎢로 한국 면적(약 10만㎢)보다도 넓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를 기습 점령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향후 국경선을 다시 긋기 위한 영토 협상에서 여전히 불리한 처지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1300㎢를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전쟁연구소(ISW) 분석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장악한 지역은 482㎢에 불과하다.

전쟁터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영토 안이다 보니, 민간인 피해 상당수는 우크라이나에서 나왔다. 최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 수는 4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 수는 600명을 웃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사회 혼란과 전쟁 피로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간 시설로도 공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3년간 부서지거나 손상된 가옥 수는 200만 채로, 전체 주택 수의 10%에 해당한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최전선은 지속적인 적대행위로 주택·기반시설이 파괴돼 인도적 상황이 악화하고 있으며 혹독한 겨울을 지내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종전을 압박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포성이 멈추더라도 우크라이나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까지 불안한 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가 전후 우크라이나를 3등분 하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져 우크라이나 측의 불안감이 크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