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대와 사마리아’까지 진격하나…서안 진입한 탱크·불도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요르단 강 서안지구 북부에 위치한 제닌 시내로 진입하고 있는 이스라엘군 불도저.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23년 만에 탱크를 진입시킨 데 이어 군용 불도저까지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에 합의한 이스라엘이 이번엔 서안에서 군사작전의 수위를 한 층 높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서안지구 북부 제닌에서 이스라엘 불도저의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닌 자치당국 관계자는 최소 12대의 불도저가 주택이나 기반 시설을 허물고 좁은 골목길을 넓은 도로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육군 공병대가 1에이커(약 4000㎡) 규모의 부지에 물탱크와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장기 주둔에 대비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제닌은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의 후손들이 밀집해 거주해 온 곳으로, 무장 투쟁의 거점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9일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6주간 휴전한 이후 서안을 대상으로 개시한 새 군사작전의 주요 공격 목표 중 한 곳이 제닌이었다. 로이터통신 약 한 달 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 벌인 군사작전의 규모는 2000년대 초반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 이후 20여 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의 작전 양상을 두고 "가자지구에서 적용했던 ‘지역 청소’ 전술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보장교 출신 마이클 밀슈타인은 "대전략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작전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안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가진 땅이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하고 있다. 이후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이스라엘인 50만명이 서안으로 이주한 상태다. 이스라엘에서는 성경적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서안지구를 ‘유대와 사마리아’라고 부른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