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폭탄’ 오는데… “최대 성과급 달라” 파업하는 현대제철 노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제철이 도를 넘어선 노조 파업에 24일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산세 압연 설비(PL/TCM) 라인의 ‘직장 폐쇄’를 결정한 가운데 해당 제품장이 텅텅 비어 있다. 현대제철 제공

인당 4000만원 성과급 요구
직장폐쇄 장기화땐 큰 피해

현대제철 노조가 사상 최대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 25% 관세 부과 정책, 저가 중국산 제품 공세 등 철강업계 안팎으로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성과급으로 중소기업 연봉 수준인 1인당 4000만 원 수준을 달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공정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제철이 전날(24일) 낮 12시부터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산세 압연 설비(PL/TCM)에 대해 부분 직장 폐쇄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PL/TCM은 냉연 강판의 소재인 열연 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후공정인 냉연 강판 생산라인으로 보내기 위해 사전에 압연(재료를 회전하는 두 개 이상의 원통 사이에 넣어 강철 등 금속을 가공하는 과정)하는 설비다. 이 설비가 가동을 중단하면 후속 작업을 할 수 없어 냉연 생산라인 전부가 멈추게 된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이날 임직원 담화문을 통해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잉여 물량에 대해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을 감행하는 등 우리나라가 최대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속히 단체교섭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노사분규로 냉연 부문에서 약 27만t의 생산 손실이 발생해 손실액이 2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473억 원의 흑자였지만, 노조 측의 성과급 제시 이후 약 650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고 경영 실적을 수정 공시했다.

회사 측은 1인당 성과급을 약 2650만 원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4000만 원대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현대제철 노조원(기술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인당 약 8400만 원으로, 회사 측이 제시한 성과급만 포함해도 한 명당 1억1000만 원이 넘는다.

냉연은 자동차용 강판 소재로 주로 쓰인다. 당진제철소 냉연라인은 회사 냉연 생산량의 3분의 2가량을 담당하는 중추이며, 나머지 3분의 1은 전남 순천에서 만들고 있다. 재고 등을 감안하면 당장 냉연, 자동차용 강판 공급은 버틸 수 있지만 노사 갈등이 길어질 경우 현대자동차·기아의 자동차 생산라인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