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누구나 수긍할 현명한 결정을… 여야, 절대 승복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차벽’ 경비 강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오는 3월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재가 경찰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윤성호 기자

■ 법조계 등 ‘尹 탄핵심판 통합의 결정’ 촉구

“헌재, 계엄요건 등 법 최우선
국가분열 없게 일치된 결정을
심리과정 논란 등도 해소해야”

“국민 갈려 ‘작은 민란’ 날 수도
정치권이 앞장서서 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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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74일 만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막을 내린 가운데 헌법전문가, 정치원로들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탄핵심판 진행과 최종 결정을 둘러싸고 엇갈린 평가를 하면서도 한목소리로 ‘국론통합’을 위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선고 이후 한국사회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결정을 내놓을 수 있도록 고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26일 헌법학자들은 먼저 윤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해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헌재도 사회통합을 위한 적절한 결정을 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 공동체를 위해 헌재가 8대 0의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보수 성향 재판관들도 보충의견을 내며 탄핵 인용을 결정했는데 이는 사회통합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대한민국을 위한 거국적인 차원에서 일치된 결정을 내놓아야 한다”며 “파면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여야 원로들도 헌재가 양 진영으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국민 여론이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은 국민이 맡겨준 소명을 다 해야 하는 여당으로서 탄핵 인용을 전제로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과 함께 사죄하고, 조기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대철 헌정회장도 “국민이 광장에서 분열된 상황이어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일부 국민은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 ‘작은 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이 앞장서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사회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헌법전문가들은 헌재가 변론 진행 과정에서 보인 문제점을 해소해야 진정한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과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나가야 한다”며 헌재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작성한 ‘정치인 체포명단’의 경우 진위가 의심받고 있고,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받았다는 “의원들을 전부 끌어내라”는 지시도 사실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결론 내릴 만큼 충분히 검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헌재가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지나치게 서둘러 재판을 진행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재판지연이 우려되면 절차적 측면에서 초시계 신문 등 신속재판을 택할 수 있다”며 “명과 암이 동시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법학자들은 이번 탄핵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계엄 정당성’을 꼽는 분위기다. 이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를 가능하게 하는 요건인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태’가 맞는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이 이 전제에 대해 입증을 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비상계엄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대한 폭력적 반대”라며 “헌재의 재판 또한 단호하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변론에 집중하는 대신 지지층 결집에 나서면서 변론 과정이 너무 정치적으로 흘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교수는 “헌재가 대통령의 정치 선동 행위를 제대로 제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 또한 “재판에 임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내내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집중심리를 통해 빨리 복귀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재판을 방해하고 있는 모습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법리적 주장을 한 게 아니라 정치적 주장을 해 왔다”고 말했다.

정선형·전수한·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