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붕괴’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중 사망 2건 더 있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잔해 속 인명수색 25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수습을 위해 소방대원들이 인명 수색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4명 참사 부른 DR거더 신공법… 국토부, 작업장 3곳 공사 중지

2020년 크레인에 깔려 2명 사망
2023년 구조물 쓰러져 1명 숨져
비슷한 사례에 ‘안전부실’ 지적

25일 교량 구조물 붕괴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2017년 구리포천고속도로와 연결돼 ‘세종포천고속도로’로 공식 명칭 변경)에서 지난 5년간 이번 사고를 포함해 총 3건의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구조물이 쓰러져 작업자를 덮치거나 위에 있던 작업자가 추락하는 등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 공사장 안전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9공구)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구조물이 무너져 다리 위에서 일하던 근로자 10명이 추락,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5명 중상)을 당했다. 9공구에는 신기술인 ‘DR거더’ 공법이 적용됐는데,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거더(girder·보) 설치 장비인 론처(launcher)를 움직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는 2023년 9월 14공구에 포함된 구리시 토평동 고덕대교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쓰러져, 위에서 작업하고 있던 근로자 2명이 20m 아래로 추락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2020년 10월에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6공구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2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 구간인 9공구는 현대엔지니어링·호반산업·범양건영 컨소시엄이 시공하고 있다. 14공구는 현대건설, 6공구는 두산건설이 각각 시공했다. 모두 크레인 등 장비 운용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주우정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7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구성, 부실공사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시공사 등 현장 관계자를 조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현장 합동 감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번 사고 사례와 유사한 공법을 적용 중인 도로 건설 현장 3곳에 대해 공사 전면 중지 후 안전성 검증을 거쳐 공사를 재개토록 조치하는 등 교량 공사장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공 과정의 과실이나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명구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신기술의 경우 공사 시방서나 작업계획서 등에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이를 관리하는 원청 및 관리업체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일 수 있다”고 짚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대형 건설사들이 현장 안전관리자 채용을 늘리곤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비전문가가 늘고 있는 현실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산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의와 과실에 따른 중대사고로 밝혀질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안성=박성훈 기자

이승주·이소현 기자

◇DR거더 공법 = 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인 거더 제작에 적용되는 신기술 공법을 말한다. 바닥 판과 가로 보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