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영주권 500만 달러에 팔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내가 다 옳다”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수입 구리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직전 ‘트럼프가 모두 옳았다’고 적힌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UPI 연합뉴스

■ 부자 대상 ‘골드카드’ 정책 예고

2주후 시행… 100만장 판매예상
現 80만달러 투자이민은 폐지
이민비용 최대 6배… 문턱 높아져

러 ‘올리가르히’도 구매제한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현행 투자이민(EB-5·고용기반 이민) 정책을 폐지하고 500만 달러(약 71억6000만 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주는 ‘골드카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이민에 필요한 금액(현재 80만~105만 달러)이 최대 6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어서 향후 미국 이민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부자들이 이 골드카드를 사서 미국에 올 것”이라며 100만 장 이상 판매를 예상했다.

2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약 2주 후부터 이러한 내용의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골드카드를 판매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카드에 약 500만 달러의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카드를 사는 외국인들에게 곧바로 시민권을 주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시민권을 얻는 강력한 길이 될 것이다. 그들(구매자)은 성공할 것이고 많은 세금을 납세하고 많은 사람을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자들이나 애플 등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재능 있는 사람이 미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돈을 지불할 것”이라며 최소 100만 장이나 그 이상의 골드카드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것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EB-5 프로그램을 골드카드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EB-5 제도가 요구하는 최소 투자금액은 투자 지역에 따라 80만 달러에서 105만 달러 수준이다. 투자처는 10인 이상의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정규 고용하는 사업체다. 이 때문에 일부 EB-5 신청자가 일자리 창출 수치를 부풀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EB-5의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난센스이자 사기”라면서 “싼값으로 그린카드를 갖는 방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EB-5 제도를 운용하기보다 종료하겠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EB-5 비자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2024년 기준)는 중국(본토·8311명)이었으며, 베트남(1463명), 인도(733명), 대만(476명), 한국(239명) 순이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신흥 재벌인 올리가르히도 골드카드를 구매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면서 “그들이 이전처럼 부유하지는 않지만 500만 달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번 투자이민 정책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친(親)러시아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