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상승 못따라가는 노동생산성… 한국경제 경쟁력 후퇴시켰다[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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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의 Deep Read - 내우외환 한국경제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성장 둔화 불가피…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생산성마저 저하
임금 상승 상쇄할 노동생산성 개선 안돼… 산업 기초체력 강화·경제구조 효율성 극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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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예고한 대로 관세 인상 조치를 통해 주요 무역 흑자국을 압박하고 있다. 수출주도성장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러한 조치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나아가 우리 경제가 이와 같은 높은 파고를 넘어설 충분한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역 파트너의 변화

최근 우리 대외 경제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미 수출은 2020년 대중국 수출의 56%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후 빠르게 확대되면서 2024년에는 96%에 달했다. 또한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020년 대비 2.5배 증가해 2023년 기준 878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대중국 수출은 2020년 이후 정체됐으며 그 결과 대중국 경상수지는 2022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된 후 2023년에는 29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대부분의 주력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리와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거나 이미 우리를 추월하면서 중국이 더 이상 우리의 주요 시장이 아니라 경쟁 상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대중국 무역 흑자를 견인해온 중간재 수출이 급감한 반면 오히려 중국산 중간재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는 중국이 ‘제조 2025’를 바탕으로 자국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은 무역 패턴의 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예전과 같은 대중국 수출 증가세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며, 이에 따라 미국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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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과 성장의 제약

우리 경제가 미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세 인상 카드를 내놓았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자유무역체제 아래에서 누려온 교역의 이익보다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제조업 기반 약화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 위협은 우리 경제에는 현실적인 도전이며, 대중국 수출이 비관적인 상황에서 대미 수출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은 각국에 10% 내외의 보편관세를, 그리고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경고하고 있어 무역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대체 수요에 대한 대응이나 수출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67% 감소할 위험이 있다. 내수가 성장을 이끌지 못하는 우리 경제의 현 상황에서 수출마저 타격을 입는다면 당분간 더 깊은 성장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 정도는 결국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경쟁력 후퇴의 징후

하지만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최근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17년 4.03%에서 2023년 2.33%로 하락하면서 투자에 대한 수익성이 점차 약화하는 중이다. 수익성이 저하하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임금 상승과 노동생산성 개선 간의 괴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의 제도부문별 소득계정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법인 근로자의 임금총액(피용자 보수총액)은 33% 늘어난 반면 법인이 창출한 순부가가치는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2∼2017년 동안 두 지표가 각각 36%, 35% 증가하며 유사한 속도로 성장했고 2000년 이후 모든 기간에서 꾸준히 두 지표가 유사한 추세로 증가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두 지표를 법인 종사자 수로 나누어 1인당 임금(명목)과 노동생산성(명목)을 구하면 2017∼2022년 기간 동안 14% 증가한 노동생산성 개선율은 25% 증가한 임금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는 현격한 근로시간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기간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2%에 달했으므로 만약 근로시간에 변화가 없었다면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상승률은 유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이 8%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임금상승률에 크게 밑돌게 된 것이다. 즉 임금은 꾸준히 올랐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딘 노동생산성 상승

총임금이 부가가치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부가가치 중에서 노동소득으로 배분되는 비율이 증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동소득분배율 변화 방향에 대한 가치판단은 그 변화를 이끄는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하므로 간단하게 결론짓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생산기술이 노동집약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기술과 자본집약적 기술혁신이 주된 흐름이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기술적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보다 설득력 있는 해석은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시장 규제 강화로 노동생산성 상승이 더딘 상황에서 호봉에 기반한 경직적인 임금체계로 인해 임금이 꾸준히 상승했다고 보는 것이다. 즉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노동생산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임금 상승이 이어진 것이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렸고, 이는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 약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우리는 국제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미래 성장전망은 매우 어둡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력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추가 부담을 상쇄해 줄 만한 기업 여건 개선에 대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꾸준히 병행돼야만 한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및 첨단 전문분야에서는 근로시간 규제 유연화가 시급하며 또한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산업의 진입 장벽 완화,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정비 등 전반적인 경제구조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혁을 꾀해야 할 때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전 한국응용경제학회장

■ 용어설명

법인의 ‘순부가가치’는 일반적으로는 총부가가치에서 감가상각비를 포함하지 않은 것을 말함. 즉 총부가가치에서 고정자본 소모를 제외한 피용자 보수와 영업 잉여를 합한 것이 순부가가치임.

중국 ‘제조 2025’란 중국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2015년에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 제조업과 IT의 융합으로 혁신역량을 키워 양적인 제조 강국을 넘어 질적으로 제조 강대국이 되려는 전략.

■ 세줄 요약

관세전쟁과 한국경제 : 최근 우리 경제의 대미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국은 한국에 더욱 중요한 무역 파트너가 돼. 하지만 트럼프 관세 전쟁으로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며 기초체력 강화가 과제로 떠올라.

더딘 노동생산성 상승 : 우리 경제는 기업의 투자에 대한 수익성이 약화하고 순부가가치 창출은 둔화하는 양상. ‘임금 상승과 노동생산성 개선 간의 괴리’가 그 원인.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는 상황.

어떻게 할 것인가 :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업의 추가 부담을 상쇄할 기업 여건 개선에 대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야. 근로시간 규제 유연화, 임금체계 개선, 경제구조의 유연성과 효율성 극대화 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