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감사원의 선관위 감찰은 권한 침해”

감사원 당혹 “법률 검토”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실시한 직무감찰이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7일 나왔다.

헌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중앙선관위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심판 선고에서 선관위 청구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관위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어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된 국회·법원·헌재·선관위는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게 되면 선거관리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5월 박찬진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선관위는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박 전 총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사건이 보도되자 선관위 직무감찰을 실시했다. 당초 선관위는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이후 ‘부분 수용’했다. 2023년 7월 선관위는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기각 결정을 예상했던 감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감사원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문을 받고 법률 검토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선관위 부정행위가 크게 지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외부의 감시를 아예 받지 않는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4월 감찰결과를 발표하며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는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전현직 32명에 대해 중징계 요구 등 책임을 묻는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현웅·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