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안됐는데… ‘알사탕’으로 레드 카펫 밟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백희나 작가가 지난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카데미 뮤지엄에서 열린 시상식 전 행사에서 ‘알사탕’ 주인공 동동이의 메이킹 비디오 전시물 앞에 서 있다. 백희나 SNS 캡처

■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된 일본 애니 원작자 백희나 씨

“그간 못쓴 운 ‘알사탕’ 집중
후보 지명만으로도 놀라워
영화 보니 새로운 느낌들어”
윤여정 수상 이후 두번째

“그동안 못 쓴 운이 ‘알사탕’으로 집중된 것 같습니다.”

‘알사탕’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일본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게 된 백희나 작가가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백 작가는 오는 3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0일 출국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백 작가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알사탕’이 아카데미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해 동안 많은 분들이 마음을 다해 함께 해온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오랜 세월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일해온 두 거장의 ‘한 지점’을 저의 작품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백 작가가 말한 두 거장은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도에이의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과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다. 이들도 나란히 시상식에 참석한다. 한국의 크리에이터가 오스카 레드카펫을 밟는 건 지난 2021년 영화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이듬해 시상식에서는 다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선 이후로 3년 만이다. 2020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데 이어 아카데미 트로피까지 노리게 된 백 작가는 ‘알사탕’이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것은 순전히 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때는 정말 뭘 해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간 못 써온 운이 다 모여서 ‘알사탕’으로 집중된 게 아닌가 싶다”고 자신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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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된 ‘알사탕’은 백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에 뿌리를 뒀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차이점에 대해 백 작가는 “애니메이션에는 ‘알사탕’ 동동이와 ‘나는 개다’ 구슬이의 관계가 더 깊이 묘사된다”며 “저는 이 부분에 굉장히 감동했다. 그리고 책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듣게 되는 것이 매우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종 수상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도 백 작가는 차분했다. “후보 지명만으로 서로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면서 “결과가 어찌 되던 이 모든 과정이 정말 놀랍고 즐겁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백 작가는 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더 바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2년간 전시회를 여느라, (‘구름빵’ 이후) 새로 출판사를 시작하느라 바쁘게 일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야 할 때가 온 듯하다”면서 “올해는 더 어렵다고 느껴진다. 종이책 출판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에도 힘써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