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반탄에 망가지는 ‘청년 토론의 장’[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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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오는 3월 중순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학생들의 탄핵 찬·반 집회도 절정에 이르고 있다. 28일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등을 포함해 이번 주에만 16개 대학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예고됐다.

우려할 점은 ‘청년 정치의 장’인 캠퍼스가 철저히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맞불’ 성격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양측이 충돌하는가 하면, 극단적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유튜버·외부인이 개입해 교정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반탄 학생들과 찬탄 학생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맞붙은 이화여대는 결국 서로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기 위해 서로를 향해 구호만 외치다 각자 예정된 발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확성기와 스피커를 들고 온 외부 시위대의 고성과 야유에 학생들의 발언이 묻히기도 했다. 시위대는 학생들을 향해 ‘빨갱이들’ ‘개××’ 등 욕설도 내뱉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목소리가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27일 서강대 반탄 지지 학생들은 재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 시국선언을 진행해야 했다.

예로부터 대학은 자유로운 공론과 토론의 장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삼삼오오 캠퍼스에 모여 열렬히 토론하고 싸웠다.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경청은 잃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대자보가 붙으면 그 옆에 나란히 대자보를 붙이던, 과거의 대학 모습과 최근은 너무도 다르다. ‘어른’들 역시 거리에서 대립하면서도 대학 내 공론장에는 침범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서로의 입을 막는 시위가 아니라 귀를 여는 시위를 해야 한다. 기성세대 또한 ‘거리의 논리’를 캠퍼스로 끌어들여선 안된다. 캠퍼스마저 혐오와 배제로 얼룩진 거리를 닮아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