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른 ‘갓비디아’ 불안하다면… 낙폭과대주 ASML홀딩에 ‘주목’[유중호의 미국 주식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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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호의 미국 주식 플렉스

반도체 ‘EUV노광장비’ 독점
TSMC·삼성·인텔 등에 공급

작년 4분기 매출 등 예상 초과
2030년까지 年 9% 성장 전망
올 반도체공장 20곳 설립 예정
ASML 장비 판매로 이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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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주식 사도 되나요?”

지난 2023년 이후 2년간 랠리를 이어온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최근 ‘고점’(자기자본 대비 이익 기준)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때 신규 투자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낙폭과대(기업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과락한 상태) 섹터·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기준 산업 권역으로는 반도체 장비(하드웨어), 헬스케어 산업이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개별 종목으로는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ASML홀딩’이 있다. ASML홀딩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미국 나스닥에 직접 상장돼 있다.

◇반도체 핵심 제조장비 독점 = ASML홀딩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자외선 중 파장이 짧은 광)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회사다. EUV 노광장비는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형성하는 장비로, 7㎚ 이하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 한 대는 2층 버스 크기에 달하며 10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됐다. EUV 한 대를 조립하는 데 대략 12∼18개월이 걸리며, 이를 운송하기 위해 보잉 747 화물기 4대가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장비다.

ASML홀딩은 EUV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최근 출시한 ‘High-NA EUV’는 3㎚ 이하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3㎚ 반도체가 사용되는 제품 분야는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율주행 자동차, 네트워크 칩, 컴퓨터 등이 있다. EUV 장비 외에도 아래 버전인 ‘DUV 노광장비’도 있는데, 통상적으로 7㎚ 반도체까지 활용할 수 있다. EUV 도입 이전까지 첨단 공정의 핵심이었으며, 현재도 28㎚ 이상 공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장비이다. ASML홀딩은 고객사도 화려하다.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SML홀딩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단순한 장비 판매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서비스에서도 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견조한 매출 흐름, 신규 주문도 증가세 = ASML홀딩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주당순이익을 기록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홀딩 CEO는 “인공지능(AI)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이며 장비 업그레이드 수요 증가로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이익률 모두 전망치를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AI 시장의 강한 수요는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계기가 됐고, 이는 곧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홀딩의 수요로 이어졌다. ASML홀딩의 EUV 노광장비를 포함한 지난 4분기 신규 장비 수주액은 70억9000만 유로(약 10조7121억 원)로 과거 3년 평균(58억 유로)을 상회했다. 장비 수주액은 제조업체가 특정 기간 주문한 생산 장비의 총 계약 금액을 의미해 향후 실현 가능한 매출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최근 4분기 매출로 인식된 노광장비는 총 119대를 기록했으며, 12대의 EUV 장비를 인도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권호영 기자

◇“2030년까지 연 매출 600억 달성 가능” = ASML홀딩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보면 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직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SML홀딩은 올해 연간 매출액 최대 350억 유로, 매출총이익률 최대 53%를 달성할 것으로 발표했다. 추가로 ASML홀딩은 지난해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장기 전망치를 공개했는데, 2030년까지 연간 매출 최대 600억 유로, 매출총이익률은 최대 60%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2024년 연간 매출액 282억6000만 유로, 매출총이익률 48.8%를 감안하면 꾸준한 장기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향후 5년간 매년 9% 성장 = 또한 ASML홀딩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체 매출이 2030년까지 1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치를 내놨다. 이 경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은 약 9%로 추산된다. 연평균 복합성장률은 특정 기간, 매년 일정한 비율로 성장했다고 가정했을 때의 평균 성장률을 의미한다. 즉, 2030년까지 매년 9% 성장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꾸준한 성장은 반도체가 다양한 메가 트렌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AI 수요 확대도 작용했다. AI로 인해 요구되는 고성능 컴퓨팅 성능은 향상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고성능 반도체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가별 반도체 경쟁 강화, ASML홀딩엔 호재 = 미국 ‘칩스법(CHIPS)’과 각국의 유사 정책들을 비롯해 반도체 공장 신설이 가속화되는 점도 ASML홀딩에 긍정 요인이다. ASML홀딩의 발표에 따르면 연말까지 20개가 넘는 반도체 공장이 설립될 예정이며, 이는 노광장비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수의 공장 설립이 미국, 대만,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각각의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첨단 공정 기술을 위한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TSMC, 인텔, 글로벌파운드리스, 삼성전자 등이 주요 투자를 진행 중이며, 특히 TSMC의 애리조나 공장과 인텔의 오하이오 및 애리조나 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라피더스와 TSMC도 2㎚ 및 3㎚ 공정 기술을 위한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ASML홀딩은 단순한 반도체 장비 업체를 넘어 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AI 시장의 수요 증가로 인한 노광장비 판매 증가는 장기 이익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중호 KB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