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칩스법 폐기’ 발언에… 공화 의원들도 “반대” 목소리

말 한마디로 뒤집긴 힘들지만
조건 강화·금액 삭감 등 가능성
삼성·SK, 현지동향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칩스법) 폐기를 촉구한 것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혜택을 본 주(州)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 보조금을 전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개별 재협상을 통해 지급 조건을 바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변화될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0억 달러(약 144조 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대만 TSMC 사례에 비춰 볼 때 추가 투자 압박을 위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칩스법 혜택을 본 지역은 공화당 세가 강한 오하이오와 텍사스, 인디애나주 등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토드 영(공화·인디애나) 상원의원은 칩스법을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로 규정했다. 그가 대표하는 인디애나주에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영 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칩스법 폐기를 시사한 것에 대해 “만약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을 다른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면 열려 있다”면서도 “행정부가 공급망 회복력과 국가 안보를 위한 이 구상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크라포(공화·아이다호) 상원의원도 칩스법의 완전한 폐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현재 협상 중인 패키지 법안에 칩스법 폐기를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런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북미 대관 담당 등을 총동원해 현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칩스법을 폐지하려면 미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보조금의 경우 개별 기업 간 재협상을 통해 지급 조건을 더 까다롭게 바꾸거나 일부 금액을 삭감하는 식의 요구를 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칩스법 자체가 트럼프 1기에서 추진했고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인 만큼 말 한마디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TSMC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우리 정부도 차별적 대우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