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우크라 野인사 접촉… ‘내정간섭’ 논란

‘계엄에 연기’ 대통령 선거 논의
젤렌스키, 트럼프 관계개선 진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들이 우크라이나 야당 지도자들과 접촉해 대통령 선거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광물협정과 종전 협상에 반발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해온 직후 나온 움직임이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정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최근 우크라이나 야당 지도자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와 회동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대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결한 인물이다. 또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임이자 정적인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이끄는 유럽연대당 고위인사들과 대선을 개최할 수 있는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5월 이전에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계엄령이 선포돼 선거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기가 종료됐지만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에 의구심을 표현한 바 있다. 특히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이 파국으로 끝나자 “협상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는 지도자가 우크라이나를 이끈다면 전쟁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권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X에 “다음 주 우리(미국·우크라이나)가 의미 있는 회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우크라이나와 미국 팀들이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위해 미국 및 유럽의 파트너들과 항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 노딜 이후 군사적 지원은 물론 정보 제공까지 끊으며 압박하자 관계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