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15∼19세기 세계에서 유일한 수도 서울[이기봉의 풍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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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수도 서울의 북쪽에는 풍수의 주산(主山)인 북악산(342.5m)이 우뚝하고, 왼쪽(동)과 오른쪽(서)으로 좌청룡인 낙산(124.3m)과 우백호인 인왕산(339.8m)이 도시를 감싸 안으며, 남쪽에는 안산(案山)인 남산(270.8m)이 솟아 있다. 그 안에 남북 약 3㎞·동서 약 5㎞의 넓은 분지가 있고, 사방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청계천으로 모여 동쪽으로 빠져나간다. 도시의 풍수 명당 형국에서 이보다 더 적합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풍수 도시 서울을 당연하게 여겨서 세계 어느 수도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함에 주목하지 않는다.

도시 전체를 둘러싼 풍수의 주산-좌청룡-우백호-안산의 산과 산줄기 위에 성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성벽 밖에서는 궁궐을 비롯해 어떤 건축물의 모습도 볼 수 없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이나 체코의 프라하성처럼 산이나 언덕 위를 중심으로 수도를 만들었든,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이나 일본 도쿄의 황궁처럼 평지에 수도를 건설했든 궁궐과 사원 등 도시 안의 높고 중요한 건축물은 성벽이 아무리 높아도 성 밖 멀리서부터 보였다. 15∼19세기에 성 밖에서 성벽 안의 건축물을 전혀 볼 수 없게 만든 유일한 수도는 서울이었다.

지금 숭례문에서 경복궁까지 곧바로 연결된 길을 세종대로라고 부른다. 이 중 숭례문-시청-세종대로사거리 구간은 원래는 없었으며, 1912년에 처음 만들었다. 정도전이 1394년에 계획해 1395년에 완성한 간선도로는 숭례문에서 종각까지 활처럼 휘는 남북대로, 돈의문-흥인지문 직선의 동서대로, 세종대로사거리-경복궁 남북 직선의 육조거리였다. 이런 구조에서는 서울 도성의 3개 대문(大門)과 4개 소문(小門) 어디로 들어와도 세종대로사거리에 서서 북쪽을 바라봐야만 경복궁의 모습을 처음으로 볼 수 있다. 15∼19세기 도시 안의 일정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정궁(正宮)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게 간선도로를 설계한 수도도 세계에서 서울이 유일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