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에 사표 내겠다는 직원, 휴식하라더니 돌연 해고 통보
법원 "대표이사의 조치 약속 후 사직 의사는 철회, 새로운 해고 통보 하면서 서면 통지 안 해 위법"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사의를 표한 직원에게 회사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이를 뒤집고 사직 처리를 했다면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준영)는 A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패소판결 했다고 10일 밝혔다.
A 회사에서 엉업기획 업무를 맡던 B 씨는 지난 2023년 3월 13일 C 대표이사에게 "팀장과 대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C 대표이사는 "빠른 시일내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B 씨는 이튿날인 14일에는 서명을 하지 않은 사직서의 촬영파일을 C 대표이사에게 보내면서 "껌 씹는 것도 구박을 받아 숨쉬는 것도 욕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까지만 업무를 하겠다"고 말했다. C 대표이사는 B 씨에 "부서 개편을 할 예정이다.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바뀌지 않으니 차근차근 풀어갈 것이고 휴식을 취해라. D 부장을 통해 연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D 부장이 사흘 뒤인 17일 "가해자와의 분리조치가 여의치 않아 근로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하자, B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에 이어 중앙노동위에서도 부당해고라는 판단이 나오자 A 회사가 "3월 14일 제출한 사직서를 3월 17일에 수리한 것일 뿐 부당해고가 아니다"라며 불복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B 씨가 이미 사직의사를 철회한 상황에서, D 부장이 전화로 새로운 해고통지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사전통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직서 제출 과정, 대표이사와의 통화, 다른 직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B 씨의 사직서 제출행위가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확정적 의사 표시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사직을 하겠다는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한다"며 "대표이사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을 듣고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 부장이 B 씨에게 전화로 ‘가해자와의 분리조치가 여의치 않아 근로가 어렵게 됐다’며 해고를 통보했고, 통보 과정에서 서면통지를 하지 않았으므로 해고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 회사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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