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고 ‘준조세 부담 증가율’… 한국 경제 짓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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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보험료 국민부담 10년새 2배

10년간 연평균 증가율 7.5% 달해
최고령 국가 일본보다 2.7배 빨라
고용·소비위축 땐 경제성장 둔화
포퓰리즘 경계·급여 항목 조정을

5대 사회보험료(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장기요양보험·산재보험) 연간 지출 규모가 2023년 사상 처음으로 17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최근 10년 새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담 비중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과 비교해도 2.7배로 빠른 속도다. 기업·국민이 떠안는 과도한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가 고용·투자·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인구절벽 위기 속 강력한 지출 효율화를 비롯해 양입제출(量入制出·수입에 따라 지출을 짜는 계획) 원칙 확립 등 정책목표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5대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정책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보험료 부담 비중은 2012년 5.9%에서 2022년 8.2%로 증가했으며, 10년 증가율은 39.5%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16.3%)과 일본(14.8%), 미국(11.8%) 등 주요국들은 한국과 비교해 증가율이 낮았다. 핀란드(-5.3%)와 프랑스(-8.8%), 스웨덴(-13.6%) 등은 오히려 GDP 대비 사회보험 부담 비중이 줄었다. OECD 회원국 전체 평균도 0.9%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흡한 안전망 확충을 위해 사회보험료 부담 비중을 OECD 가입 직후인 1997년 2.7%에서 2007년 4.9%, 2017년 6.5%, 2019년 7.3%, 2022년 8.2%로 갈수록 확대해 왔다.

2013년~2023년 10년간 사회보험료 규모 연평균 증가율은 7.5%로,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1.8%)의 4.2배, 명목 GDP 증가율(4.3%)의 1.8배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과도한 사회보험 증가세는 기업은 물론 가계 부담도 크게 높이고 있다. 경총은 국민경제 성장 범위 내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보험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로 10년 전인 2013년 3.3%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28년까지 2%대 초반으로 전망하는 등 저성장 고착화를 예상하고 있다.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불요불급한 급여 항목을 조정하는 등 지출 효율화를 통해 경제 성장과 국민 지불 여력이 뒷받침되는 사회보험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목별로는 건강보험의 경우 ‘급여액(수가) 통제’에서 ‘이용량 관리’ 중심으로 정책목표 전환이 시급하다고 봤다. 과잉 의료에 따른 재정 낭비를 막고 보험료 수입 자연증가분 내에서 지출을 계획하는 ‘양입제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장기 재정수지 불균형이 예견되는 만큼 ‘저부담-고급여’ 체계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의 경우 △취업 의지 촉진을 위한 구직급여 하한액 합리화 △구직급여 수급자격 감독 강화 △‘조기재취업수당’ 폐지 등을 제안했다. 장기요양보험과 산재보험도 방만 지출 등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부정수급 제재 강화 등을 통한 재정 안정성 유지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사회보험에 대한 과도한 국민부담은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켜 국민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며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해 국민의 지불 여력 내에서 사회보험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출 효율화와 양입제출 원칙 확립 등 정책목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