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휘두르는 정책은 옳지 않아”… 美 기업인들 불만 표출

트럼프 일관성 없는 정책 비판
“에너지 정책, 법률로 제정해야”

가계재정 비관 15개월래 최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등 경제 정책에 대해 기업인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관세 자체도 문제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 결정이 기업 경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 물가 상승 우려에 가계 재정을 비관하는 미국 가구 비중은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석유기업 셰브론의 CEO 마이크 워스는 이날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산업 콘퍼런스인 세라위크(CERAWeek)에서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휘두르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비판했다. 셰브론은 화석연료 확대를 천명한 트럼프노믹스 수혜주 중 하나로 꼽혔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수출을 허용한 라이선스를 종료시키면서 타격을 받았다. 워스 CEO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에너지 정책을 (행정명령이 아닌) 법률로 제정해 달라”면서 “그래야 지속 가능하고 미래 행정부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흔들릴 위험이 없다”고 강조했다. FT는 행사 전날 비공개 만찬에서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만난 다른 에너지 기업들도 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외국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이 되레 미국 등에 대한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에너지 관리 및 자동차 전문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아미르 폴 북미 지사장은 “불확실성은 일반적으로 (투자 결정) 지연을 만들어낸다”며 미국 정부에 ‘정책 확실성’을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더 나은 구조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재협상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계속되는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미루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 지연 시 에너지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확실성이 더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내놓은 2월 소비자 기대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가계 재정 상황이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가구 비중이 27.4%로, 1월(21.0%)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11월(28.7%)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민자 단속 강화로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1년 후 인플레이션 예상치 중간값도 3.1%로 전월 조사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2.9%까지 하락한 이후 석 달 연속 3.0%를 유지해 왔으나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뉴욕 연은은 보고서에서 “특히 실업, 연체, 신용 접근성에 대한 기대치가 눈에 띄게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