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계좌개설’ 사전에 막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소영(오른쪽 첫 번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복현(왼쪽 두 번째) 금융감독원장과 12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가입 절차에 대해 청취 후 서비스 가입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비대면 개설 차단 가능

계좌 만들때 제약 거는 서비스
영업점 직접 방문해야 차단해제
금융사, 반기별로 내역 안내도
보이스피싱 악용 등 예방 기대

최근 A 씨는 자신이 개설하지 않은 계좌가 존재한다는 은행의 안내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확인 결과 그의 개인정보가 도용돼 대포통장이 개설됐고 해당 계좌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에 악용되고 있었다.

이제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부터 금융권과 함께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에 나선다. 이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시입출식 계좌가 비대면으로 신규 개설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서비스다. 가입 즉시 한국신용정보원에 안심차단 정보가 등록되고 금융권 신규 수시입출식 계좌개설 거래가 실시간으로 차단된다.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우정사업본부 등 3613개사(상호금융 단위조합 포함)가 참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중 약 30%가 비대면 계좌를 통해 발생했는데 범죄조직이 원격제어 앱과 악성코드를 활용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이를 대포통장 개설에 악용하는 금융사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는 이용자가 거래 중인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모바일뱅킹 또는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차단 해제는 반드시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해 본인 확인을 거쳐야 가능하며 금융사는 가입자에게 반기 1회 이상 차단 내역을 문자나 e메일로 안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서비스가 지난해 8월 도입된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와 함께 작동하면서 대포통장 근절 및 보이스피싱·금융사기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시행 7개월 만에 31만 명이 가입했으며, 이를 통해 월평균 1만 건 이상의 명의도용 대출 시도가 차단됐다.

서비스 시행을 기념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주요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방지 정책의 방향성과 현장 적용 방안을 논의했으며 금융회사 직원들은 실무에서 경험한 피해 사례와 제도 운영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김 부위원장은 “보이스피싱은 개인적인 피해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향후 오픈뱅킹 서비스까지 안심차단 시스템을 확대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더욱 효과적으로 방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