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장 놔두고 車만 규제… ‘답답한’ 미세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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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동대응 ‘효과 미미’

지자체 비상저감조치 발령땐
5등급 차량 운행 제한하지만
4년 동안 대기 질 개선 안 돼

공항 등 주요 가스배출원 방치
예산 투입 항목 재점검 필요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최근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연이어 발령한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미봉책에 그치고 있으며, 더 근본적 대안에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과 행정력의 대부분이 ‘보여주기식’ 배출가스 5등급 차량(2006년 이전 제작 경유차) 단속 등에 집중돼 있는 반면, 미세먼지 주 배출원인 산업시설·공항·항만 등은 각종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국내 미세먼지 수준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의 50㎍/㎥를 초과해 이들 지자체가 공동대응하는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 지역에서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고 행정·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위반 시 하루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5등급 차량 운행의 경우 별도의 단속카메라와 시스템까지 갖춰 단속을 강화했으나, 큰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5등급 차량에 저공해 장치(매연저감)와 조기 폐차 등의 비용을 지원하면서 이미 단속 대상 차량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1월 21∼22일 비상저감조치 당시 운행 중인 5등급 차량 3만9140대가 적발됐는데,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건 191대(0.48%)에 불과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대기배출 사업장(1∼3종)의 가동률이 15~20% 하향 조정되고, 출근시간대(오전 6∼10시) 공공사업장의 가동도 중단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지역 지자체가 이행사항을 점검해 권고하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3개 시·도 공동대응으로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로 수도권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되지도 않았다. 2023년 기준 수도권의 연평균 PM2.5 측정치는 21㎍/㎥로 4년 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오히려 인천은 같은 기간 19㎍/㎥에서 22㎍/㎥로 늘었다. 미세먼지 배출원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서울(28%)만 미세먼지가 1㎍/㎥ 줄었다.

인천은 공항과 항만의 비중이 28.3%를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해 전체 미세먼지 저감 예산의 80%가량을 도로 위 자동차(배출원 비중 6.4%)에 썼다. 자동차보다 산업시설 등의 비중이 큰 경기도 역시 지난해 미세먼지 저감 예산 8219억 원 중 7426억 원을 5등급 차량 조기폐차와 친환경차 구매 지원 등에 투입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역별 주요 배출원의 관리를 등한시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