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자산 ‘2兆 뻥튀기’ 의혹

국민연금의 수정 요구도 묵살
자본부실 숨긴 채 투자자 보고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투자자들에게 보고한 홈플러스의 자산가치가 2조 원가량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수정을 요구했으나 MBK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MBK가 자본잠식 수준인 홈플러스 경영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숨긴 채 ‘강제 연명’ 시킨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MBK가 투자자들에게 보고한 자산 가치가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해 추정한 자산 가치보다 2조 원가량 큰 것으로 확인됐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펀드 출자자(LP)인 국민연금 등에 매년 ‘투자 자산 가치(AUM)’를 보고하고 이에 비례해 투자자들로부터 1∼1.5%의 관리보수 금액(수수료)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같은 비상장사의 경우 주가와 같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어 외부 평가사를 통해 자산 가치를 검증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외부 평가를 근거로 MBK 측에 자산 재평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위탁 평가 결과, 홈플러스 자산 가치는 사실상 0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MBK는 국민연금이 평가를 의뢰한 외부 평가사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홈플러스 가결산 결과,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408.6%에 달했다. 이후 MBK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전환우선주(RCPS)’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변경해 부채비율을 463%로 낮췄고, 국민연금은 “RCPS 전환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MBK는 “펀드 계약상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MBK가 이처럼 제멋대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적 자본 거래로 금융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현행 금융 감독 체계에선 사모펀드 분야를 최소 규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