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밀어붙이는 민주… 기업들 줄소송 위기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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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 본회의 처리 추진

이사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
경영진 상대 타깃 공격 가능성
미래동력 의사결정 방해할수도

민주 “소액주주 보호 위해 필요”
국힘 “통과땐 즉각 거부권 건의”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오후 본회의에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추진하면서 재계에서는 경영진을 겨냥한 ‘줄소송’으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기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친기업 성장론’을 띄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작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즉시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기업 합병이나 분할로 피해를 입는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충실 의무 대상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영진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남발될 수 있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의사 결정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는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역시 재계와 마찬가지로 비상장사에도 적용되는 상법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고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상장사 이사회가 합병을 의결할 경우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기업이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 공모 주식의 최대 20%를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상법이 개정되면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 사냥꾼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영권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인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겠나. 이 대표가 입으로는 ‘K-엔비디아’를 외치고 있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경제 질서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은행법·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개정안과 반도체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여당은 대출 가산금리 세부 항목에서 예금 보험료 등을 제외하는 내용의 은행법과 가맹점주에 사실상의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에 대해 시장을 왜곡하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본회의에는 정서 장애가 있는 학생을 돕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약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마약류 투약 유인·권유 행위를 처벌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 민원 사주 의혹이 제기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 등도 상정될 예정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