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단기 수익만 좇다 도덕적 해이 심화… 책임경영 강화해야”

■ 규제 밖 사모펀드 <上>무소불위 행보

‘사모펀드 규제’ 목소리 커져

단기 수익만 좇는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가 심화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부터 해당 기업에 부담을 안긴 데다, 결국 경영 실패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까지 신청하면서 사모펀드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1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와 관련해 여러 장점과 부작용이 있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의 단기적 이익 추구 성향과 책임경영 부재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기업 인수 후 보유 기간을 설정하거나 차입 경영에 대해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제재 강화로 사모펀드 책임경영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고를 내지 않게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미국도 규제는 느슨하지만 한번 문제가 생기면 라이선스를 뺏고 업계에서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모펀드 시장 성장에 따라 감독을 강화한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미국 사모펀드 시장 감독강화 움직임’ 보고서에 따르면 SEC는 사모펀드 자문업자를 대상으로 대형 투자손실, 특정 증거금 부도 등이 발생할 경우 금융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보고 대상이 되는 사모펀드 자문업자의 요건도 강화해 운용자산 기준으로 15억 달러 이상이면 금융 당국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반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을 고려할 때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공모펀드가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에 자금 공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의 허들은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기간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규제 정도는 필요하지만 다른 규제는 부작용이 더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