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해치는 상법… 거부권 행사해야”

■ 국회 찾은 8개 단체 성명

“회사법 근간 훼손·위헌 소지
혁신의지 저해 등 문제 많아”
崔대행에 재의요구 거듭 촉구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경제계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내용으로 상법이 개정되면 국내 기업들은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국가 경제까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제계의 위기감은 한껏 커진 상황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상법 개정안은 오는 21일(잠정) 정부에 이송되고,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는 헌법 제53조에 따라 4월 초쯤 거부권 행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소통관에서 재계 공동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제 8단체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이번 성명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포함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장석민 한국무역협회 전무,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상근이사,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준만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이 참여했다.

경제 8단체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다섯 가지 문제점으로 법체계 훼손·남소 유발과 위헌 소지, 혁신 의지 저해, 기업 성장 생태계 훼손,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등을 꼽았다. 경제계와 상법학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이사와 회사의 위임 관계에 기반한 회사법의 근간을 훼손해 법리적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요국도 이사 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경제 8단체는 위헌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명시된 ‘총주주 이익’ 등 모호한 표현이 주주 간 이익 충돌 상황에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고,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분쟁·소송을 유발해 기업의 혼란을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