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홍콩기업 파나마항구 운영권매각 ‘격노’

관세협상 카드사용 계획 무산탓
당국 조사착수… 거래 저지 난망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회사 CK허치슨의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사업권 매각 계획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매각 거래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CK허치슨의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사업권 매각 계획에 시 주석이 분노했으며, 특히 중국 당국의 사전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 계획이 발표된 것에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파나마 항구 문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하나의 카드로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CK허치슨의 결정으로 무산된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콩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변매체 다궁바오(大公報)는 지난 13일 파나마 항구 매각 거래를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내용의 논평을 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상무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에 해당 거래를 막기 위한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중국 당국이 CK허치슨의 해외 항만 사업매각 거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매각 항구들이 모두 중국 본토와 홍콩 밖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이 이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다고 WSJ는 짚었다.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이번 거래에 대한 분노를 분명히 표명할 필요는 있지만 이 거래를 무산시키려는 노력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CK허치슨은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 컨소시엄에 파나마 운하 양쪽의 발보아 항구, 크리스토발 항구 등 전 세계 43개 항구 운영 사업권을 228억 달러(약 33조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