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서로 어색한 봉준호 가족… 그것조차도 영화 자양분[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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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되기
남다은·정한석 지음│강

봉준호 감독의 머릿속과 속마음을 들춰 본 책이다.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두 저자가 봉 감독을 4차례 만나 총 8시간 대화를 나눴다. 영화 얘기는 물론이고 봉 감독의 성격부터 유년기에 대한 기억까지, 깊은 이야기가 두루 기록돼 있다.

이를테면 봉 감독에게는 대화 상대방과의 ‘아이 콘택트’가 버거운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촬영장에 일찍 도착하려고 하는 것도 지각 탓에 주목받는 경우는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봉 감독은 “아버지 성격이 특이하고 나도 그 영향을 받은 건지…”라고 말을 꺼냈다. 그가 ‘좀 귀여우신 분’으로 기억하는 그의 아버지는, 고함을 친 적은커녕 가족과 눈 마주치기도 어려워했다. 서로 말없이 방송 드라마를 함께 보는 시간이 많았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서로를 어색해하는 가족”이라는 것이 봉 감독의 표현이다.

사사로워 보이는 몇 마디가 영화 이야기로 이어진다. 영화 ‘기생충’(2019) 주인공 기택(송강호)의 진지한 이야기에도 그 가족은 좀처럼 집중해주지 않던 장면을 떠올려 보자. 봉 감독의 다른 작품도 보면 누군가의 연설 중에 딴소리로 분위기를 깨는 인물이 빠지지 않는 편이었다.

“정색하고 서로 마주 보며 심각한 얘기하는 걸 견디기가 되게 힘든 거야. 그럴 때 옆으로 새서 도망가버리면 너무 마음이 편한 거죠.” 봉 감독 머릿속의 가족은 어떤 모습인지 그려보고 그 영화를 떠올리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봉 감독 영화의 뿌리가 된 애니메이션, 추리 소설,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들도 구체적으로 다뤄져 있다. 자칭 ‘봉준호만의 영화 교과서’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348쪽, 2만 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