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조선에서 높고 웅장하며 화려한 건축물을 짓지 않은 이유[이기봉의 풍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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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로사거리에서 바라본 ‘명당 경복궁 풍경’인 하늘-북악산·보현봉-경복궁의 3단계 풍경에서 하늘 아래 우뚝 솟은 북악산(342.5m)과 보현봉(714m)은 누가 봐도 높고 크며 웅장하고 멋지다. 정면 진입로의 시작점에서 바라봤을 때 전 세계의 궁궐 중 이보다 더 높고 크며 웅장하고 멋진 풍경을 갖춘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놀랍게도 이 풍경이 조선 건축물의 모든 특징을 결정지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북악산과 보현봉 아래에 궁궐을 짓기로 한 이상 궁궐이 높고 크고 웅장하게 보이기는 어렵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정도전은 궁궐 그 자체는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높고 크고 웅장한 하늘-산-궁궐의 3단계 풍경 속에 시각적으로 일체화된 궁궐을 설계했다. 또한, 정도전은 북악산과 보현봉 아래에 궁궐을 아무리 화려하게 짓는다 해도 어차피 화려하게 보이기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궁궐 자체는 단순하더라도 멋지고 화려한 하늘-산-궁궐의 3단계 풍경 속에 시각적으로 일체화된 궁궐을 건축했다.

시각적 측면에서 높음, 큼, 웅장함, 화려함은 건축물의 권위를 표현하는 가장 단순하면서 쉬운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복궁의 건축물에만 초점을 맞추어 조선에서는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착각해 조선의 유교 문화, 그중에서도 성리학이 검소하고 소박한 것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여러 이유를 대며 스스로 위로한다. 하지만 조선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방법을 몰랐겠는가?

세종대로사거리에서 바라보이는 웅장하고 멋진 ‘명당 경복궁 풍경’은 조선의 모든 사람이 닮고 싶은 표준이었다. 이 풍경 속에서 건축물은 지나치게 높아서도 커서도 웅장해서도 화려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조선은 높고 크고 웅장하며 화려한 건축물을 짓는 것을 지나칠 정도로 금기로 여겼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건축 문화를 만들어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