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더 빌빌대는 홍명보號… “시차·잔디 핑계 언제까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홍명보(왼쪽)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8차전 도중 안타까워하는 손흥민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북중미월드컵 亞 3차 예선 오만 이어 요르단戰도 1-1

불량잔디로 일부 영향 받았지만
선제골 뒤 방어 못한 아쉬움 커
홈서 1승 3무… 부실한 경기력
조기 본선행 실패로 험로 예고

수원=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홍명보호가 원정보다 부실한 홈 경기력 탓에 고개를 숙였다. 3월 2연전 중 1경기만 이겼어도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할 수 있었지만 모두 비겨 기회를 놓쳤다. 주축인 유럽파들의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으로 인한 몸 상태 저하, 국내 경기장의 엉망인 잔디 등이 문제로 지적됐으나 부족한 득점력과 선제골을 지키지 못한 수비력이 더 말썽을 일으켰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5일 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8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지난 20일 오만과 7차전에서도 1-1로 비긴 한국은 본선행 확정 기회를 놓쳤다. 26일 오전 3위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에 패배, 한국과 간격을 좁히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한국은 승점 16으로 조 1위, 요르단은 승점 13으로 2위, 이라크는 승점 12로 3위다. 한국이 3월 2연전에서 1승 1무를 거뒀다면 승점 18로 상승, 본선행 자격이 주어지는 2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남은 경기가 2차례이지만 2위 요르단과 3위 이라크가 최종 10차전에서 격돌하기에 둘 중 한 국가는 한국을 추격할 수 없다.

대표팀은 3차예선 홈경기에서 지속해서 ‘오점’을 남겼다. 3차예선 8경기 중 4경기를 홈에서 치렀는데 1승 3무에 그쳤다. 반면 원정에선 3승 1무였다. 홈에서의 거듭된 부실한 경기력, 무승부로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대표팀을 향한 실망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홈에서 경기할 때 많은 부담을 갖고 있고,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느낀다”고 밝혔다.

한국이 안방에서 편안하지 못한 건 사실상 ‘원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은 대부분 유럽과 중동에서 뛰고 있다. 오만과 7차전, 요르단과 8차전의 선발 11명 중 8명, 약 73%가 유럽 및 중동파다. 이 선수들은 대표팀에 합류할 때마다 10∼14시간가량 장거리 비행과 5∼9시간의 시차를 겪는다. 통상 1시간의 시차 적응엔 하루가 걸린다. 대표팀 소집이 끝날 때쯤 정상적인 몸 상태가 된다는 뜻. 반면 중동 원정은 유럽·중동파에겐 거의 핸디캡이 없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멀리서 온 친구들이 시차 적응도 못 하고 버스에서 졸며 하는 모습을 보며 고맙기도, 대견하기도,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재성(마인츠)은 “(유럽에서) 경기 후에 바로 이동을 하고, 긴 시간 비행과 함께 시차 적응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또 에둘러 지난해부터 엉망인 잔디도 지적했다. 이번 소집에서 잔디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3명의 선수가 부상 이탈했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 시차, 잔디만을 원인으로 꼽기엔 상대들과 수준 차이가 매우 컸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요르단은 64위, 오만은 80위다. 게다가 요르단과 오만 역시 장거리 비행과 시차를 겪고 똑같은 잔디에서 경기를 했다. 처한 상황과 조건은 비슷했던 셈. 한국은 그런데도 3월 2연전에서 1골씩을 넣는 데 그쳤고, 선제골을 터트린 후에 지키지 못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승리의 요건인 경기력에서 요르단, 오만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홍 감독은 “최근 3경기에서 연속 무승부가 됐는데, 모든 것이 나에 대한 책임이고 팬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정확히 무엇 때문에 (홈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걸 찾지 못했다. 컨디션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유럽에서 와서 1∼2일 훈련하고 경기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껏 선배님들이 해오셨던 만큼 그것 또한 핑계라고 생각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