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흑해까지 휴전확대 합의

러 ‘농업분야 금융제재 해제’ 조건
美 수용했으나 EU 동의 불투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인프라 부분 휴전에 이어 흑해까지 휴전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가 흑해 휴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농업 분야 금융제재 해제가 휴전 발효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백악관은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군사 목적으로 상업 선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도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상선의 군사 목적 사용 금지를 감시하기 위한 적절한 통제 조치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에서 30일 부분 휴전안(에너지·인프라 공격 중단)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정유공장과 석유 저장시설, 석유·가스관 시설, 변전소, 원자력 발전소, 수력 발전소 등이 공격 금지 시설로 지정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역시 미·러 간 합의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번 합의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국 고위 대표단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과 각각 실무회담을 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한 끝에 성사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농산물·비료 거래에 대한 금융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흑해 휴전 합의가 이행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은 러시아의 농산물 자체를 제재하지 않았지만, 국제 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차단 등 금융제재를 통해 거래를 어렵게 만들어 놓은 상태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농업은행과 식품(수산물 포함)·비료 국제 무역 관련 다른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고 이들 기관이 SWIFT에 다시 연결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문제는 EU의 동의 여부다. 제재 해제엔 또 다른 제재 주체인 EU 회원국들의 승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EU는 러시아 경제에 대한 제재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