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 37개월째 부정적… “상법개정안 시행땐 위기극복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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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6단체장 거부권 건의

고용·내수·투자·수출·재고 등
모든 분야서 경기지수 부정적
“신성장 산업 발굴 등 시급한데
상법 개정안이 되레 발목잡고
미래 위한 R&D 투자도 막아”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 단체장이 이례적으로 한데 모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키로 한 것은 그만큼 재계의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당면한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적극적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공격적인 투자 등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더욱이 국내 산업계가 투기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장기 누적된 내수침체와 미국발(發) 관세전쟁, 고환율 등 역대급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역대 최장인 37개월 연속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고용, 내수, 자금 사정, 채산성, 투자, 수출, 재고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경기는 좋지 않아도 개선될 수 있다는 여지가 있었지만, 올해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선 신성장 산업 발굴 및 초격차 기술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과감하고 도전적인 투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사의 충실 의무를 일반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장기적인 신사업 투자는 엄두를 낼 수 없게 된다. 실제 체코 원전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두산스코다파워도 두산 그룹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았던 2009년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인수에 실패했다면 현재 한국의 유럽 원전 진출 성과도 없을 수 있다. 또 현재 잇단 수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화오션도 상법 개정안이 시행됐더라면 2022년 적자상태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여론에 발목이 잡혔을 수 있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어려워진다. 상법이 개정되면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매번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치게 돼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우군 확보를 위한 배당 등으로 기업 역량을 허비할 소지가 큰 탓이다.

이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어 해외 헤지펀드 공격에 취약한 산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 유망기업이나 우량 유니콘 기업들도 굳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 국내에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무신사 등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토종 유니콘들도 이 같은 이유로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관세·보호무역 확대 등으로 주요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기업결합 규제 등을 완화하고 투자, 사업재편 등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