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 413만 대, 생산 경쟁력 지속적 침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27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자동차산업 생산 경쟁력 향상 과제’를 주제로 산학 포럼을 개최했다. KAIA 제공.

"자동차 노조 불법 파업 면책 판결로 산업 경쟁력 악화 우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미국 발(發) 관세전쟁, 중국 기업의 급성장으로 직격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생산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노조 파업 등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판결이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 주최로 ‘자동차산업 생산경쟁력 향상 과제’를 주제로 열린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는 이같은 제언이 나왔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전체 생산량은 약 413만 대로 최고 생산 수준을 기록한 2011년(약 466만 대)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 생산 차량 중 수출 물량 비중이 67%(약 278만 대)로 절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생산 여건 악화로 주요 기업들이 추가적인 공장 건설을 하지 않았고, 공장 폐쇄·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생산 능력이 위축됐다"며 "국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자동차 생산 순위도 2022년 5위에서 지난해 7위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절대적으로 적고,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관세 장벽, 주요국의 자국 생산을 우대하는 정책 등으로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지 않으면, 수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에서 절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의 등장도 변수"라고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 주최로 열린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KAIA 제공.

조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가 부상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노동조건, 인력 수급, 각종 규제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인프라 등을 확충하며 국내에서의 조달도 중요한 생산 여건 중 하나로 국내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및 신산업 창출,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 프리미엄화 제품의 지속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법원의 ‘면죄부’ 판결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특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불법 점거로 발생한 손해에 회사가 배상을 청구한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재판에선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민사재판에선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과거 수차례 현대차 공장을 불법 점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2014년 10월 울산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 등 노조원들은 이듬해인 2015년 7월 부산고법에서 야간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는 등 유죄(벌금형)가 확정됐다. 노조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았다.

반면 민사 재판 결과는 이와 달랐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최근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노조원 김 씨 등을 상대로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노조원들이 2012년 8월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을 강제로 멈춰 세워 "매출 감소와 고정비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사측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이번 판결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구제와 책임자 추궁이 어려워지고, 향후 노조의 불법행위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불법점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고정비 손해를 인정하지 않아 피해 기업의 자구 노력을 정당화하는 판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노조 측에 ‘위법 행위에도 책임 면제’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정부가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번 판결이 불법 파업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영국도 불법 파업 면책권이 파업 빈도 및 일수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국 제조업의 몰락 과정에서 파업 면책권의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불법 파업에 대한 합리적인 법적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남훈 KAIA 회장은 "최근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판결로 책임이 경감되는 상황은 노사관계에서 법과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판단을 내리고, 노조는 기업 생존과 고용 안정을 고려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노사 갈등을 완화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AIA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공학회, 한국수소연합, 자율주행차산업협회, 전기차산업협회, 현대기아협력회, 한국지엠협신회, KGM협동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