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없다더니… 공습 시간·수단 다 노출한 미 안보챗방

■ 美 ‘민간메신저 유출’ 파문 확산

‘실수로 초대된’ 언론인 전문공개
헤그세스 국방, 후티 공격 관련
“12시15분 첫 F-18출격” 공유

트럼프, 챗방사태 장본인 왈츠에
겉으론 ‘재신임’ 뒤에선 ‘분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이 사용한 민간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기밀 사항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과 달리 미 국방장관이 구체적인 작전 시간과 공격 수단 등 공격 계획 관련 중요 정보를 채팅방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자신의 외교안보팀을 신뢰한다며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쟁계획 민간 채팅방 논의 및 유출’ 사건을 둘러싼 파문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해당 채팅방에 실수로 초대됐던 언론인 소속사인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이날 미국 외교·안보 수뇌부가 상업용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진행한 후티 반군 타격 관련 대화 전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개설한 ‘후티 PC 소그룹’이라는 이름의 단체 채팅방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미군의 구체적인 공격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날씨는 우호적이다. 막 확인됐다. 미군 중부사령부와 작전을 개시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후 12시 15분 첫 F-18 전투기 출격’ ‘오후 1시 45분 F-18 전투기의 목표물 타격’ ‘오후 2시 15분 공격용 드론의 목표물 타격’ 등 전투기와 드론의 정확한 출격 및 목표물 타격 시각을 공유했다. 해킹 등의 우려가 큰 민간 메신저를 통해 구체적인 군사 작전 계획을 논의했다는 언론들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이 같은 대화가 누설됐다면 후티 반군 대원들이 미리 도피하거나, 반격을 가해 전투기 조종사들이 위험에 빠질 뻔했다고 지적했다. 또 통상적으로 공격시간 등은 중요한 기밀로 취급된다며 ‘기밀사항은 없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명을 반박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인사들에 대한 신뢰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채팅방 대화 전문 공개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내용을 봤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국가안보팀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들이 모두 제거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후티 반군 공격의 필요성이 더 이상 없다고 느낄 때까지 이들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해당 채팅방에 언론인인 제프리 골드버그 애틀랜틱 편집장이 어떻게 초대됐는지에 대한 조사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법률자문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부효율부(DOGE)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책임자 해고 여부에 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는 왈츠 보좌관을 재신임했지만 ‘막후’에서 그에게 분노를 표출했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도 나왔다. 자신에게 줄곧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골드버그 편집장을 채팅방으로 초대했을 뿐 아니라, 그의 번호를 왈츠 보좌관이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