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도 관세공포… ‘만년 3등’ 마이크론에 잡힐판

■ 車 다음은 반도체 타깃 전망

美 현지에 설비 갖춘 마이크론
내년부터 자국서 메모리 생산
메모리 강자 삼성·하이닉스 위협

“美에 투자 늘리라는 모종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자동차 관세 정책을 현실화하면서 주요 품목 관세 대상으로 지목해온 반도체 역시 부과 방침 공식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는 특히 한국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업계와 달리 미국 현지에 메모리 생산 설비를 갖춘 만년 3위 업체 마이크론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입지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관세 대상 반도체 제품과 부과 대상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보편 관세로 적용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 비율 중 메모리가 약 79%를 차지하는 한국으로선 큰 타격이 예상된다. 관세에 따른 불리함을 피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가동 중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 새롭게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 모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이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건설을 앞둔 공장도 패키징(후공정)이라 메모리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내년부터 자국에서 본격적인 메모리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현재 사실상 대부분의 메모리를 대만·일본 등에서 생산 중인데, 1250억 달러(약 183조 원)를 들여 아이다호주·뉴욕주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방침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향후 3년간 미국으로 수출되는 메모리의 상당 부분이 마이크론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며 “관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텔 사업 부문 인수를 추진 중인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처럼 결국 한국 메모리 기업도 미국 현지에 투자를 늘리라는 모종의 압박”이라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은 올해 상반기 내 고객과의 협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이날 ‘제7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들과의 사전 물량 협의를 통해 판매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내년 물량이 올해 상반기 중 완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23년 대비 올해 HBM 시장은 8.8배 이상 증가하고, 기업용 SSD 시장 역시 3.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